[한경 아르떼 추천 전시 ⑮]
산을 그린 거장, 유영국
2026.07.08
전시정보
| 전시 기간 | | 2026.5.19(화)~2026.10.25(일) |
|---|---|
| 관람 시간 | | 매일 10:00~18:00 |
| 장소 | | 서울 중구 덕수궁길 61,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
| 관람 요금 | | 무료 |
| 문의 | | 02-2124-8912 |
어렴풋이 밝아 오는 새벽녘의 산(山), 햇빛을 받아 푸르게 생동하는 산, 해 질 녘 붉게 물드는 산, 어두운 밤의 신비로운 산.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유영국(1916~2002)은 평생 산을 그렸습니다. 그의 탄생 110주년을 맞아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가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유영국, <Work>, 1967, 캔버스에 유채, 130×1305cm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전시는 1964년, 49세의 유영국이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었을 당시 공개한 작품으로 막을 올립니다. 이어 일본 유학 시절의 첫 실험작부터 만년의 절필작까지, 60여 년에 걸친 화업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펼쳐집니다. 전시작은 유화 115점을 비롯해 사진과 드로잉 등을 포함한 총 178점에 달하며, 관객에게 처음 공개되는 미공개작 15점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전시 전경, 사진 김상태_ⓒ서울시립미술관
색과 형태가 비슷한 작품을 한데 묶은 전시 구성과 공간 디자이너 양태오의 세심한 연출 덕분에 관람의 즐거움이 배가됩니다. 동시에 유영국이 자신의 화풍을 어떻게 다듬고 발전시켜 왔는지도 또렷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는 과정이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묘미입니다.
도쿄 유학 시절 유영국은 입체파와 구성주의 등 서구 전위미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회화뿐 아니라 나무판을 잘라 붙인 부조와 사진 작업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1960~1970년대에는 빨강, 노랑, 파랑의
원색을 화면 가득 배치한 기하학적 추상에 집중했습니다. 전시 중간에는 처음 공개되는 바다 그림을 비롯한 미공개작들이 배치돼 전시의 흐름에 새로운 변주를 더합니다.
유영국, <Work>, 1981, 캔버스에 유채, 73×61cm ⓒ유영국미술문화재단
후기로 갈수록 형태는 더욱 단순해지고 색채는 한층 절제됩니다. 마지막 전시실에 놓인 1994년 작품 <산-블루>와 <산-레드>는 전시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가로 220cm, 세로 180cm에 이르는 두 대형 작품에서 화가가 평생 탐구해 온 산의 색과 선은 절정에 이릅니다. 그림 속 선은 산에 머물지 않고 그 너머의 텅 빈 공간으로 끝없이 빨려 들어가는 듯합니다. 이로써 유영국의 산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무한을 들여다보는 창(窓)이 됩니다. 그래서 미술관은 마지막 전시실에 '무한, 그 너머'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전시 전경, 사진 김상태_ⓒ서울시립미술관
유영국, <산-Red>, 1994, 캔버스에 유채, 260×200cm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영국은 평생 그림을 그렸지만 그의 작품이 처음 판매된 것은 1975년, 59세 때였습니다. 1977년 심장 수술을 받은 이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큰 수술만 여덟 차례 받았고, 입원과 퇴원을 서른일곱 번이나 반복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끝내 붓을 놓지 않았습니다. 집에 마련한 작업실로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저녁 6시까지 그림을 그렸습니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수많은 산은 그렇게 한 사람이 평생을 바쳐 완성한 예술 세계의 결실입니다.
글. 성수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 본 콘텐츠는 한경매거진앤북에서 제공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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