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설계 ㅣ 은퇴준비
통계로 본
시니어의 소비 DNA 재편
통계는 거대한 흐름을 보여주는 숫자의 집합이지만, 세부적인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변화의 조짐이 포착된다. 작은 수치의 차이가 모여 시대의 흐름을 만들고,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새로운 방향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번 시간에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통해 노년층의 소비 생활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베이비붐 세대가 시니어 계층에 편입되면서 소비 시장의 중요한 축으로 떠오른 지금, 시니어 계층의 소비 DNA는 어떤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을까? 데이터를 통해 그 변화의 흐름을 짚어 본다.
베이비붐 세대가 시니어 계층에 편입되어 삶의 질을 중시하는 액티브 시니어로서 자리매김한 지금, 이들이 소비 시장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것이다. 통계청에서는 분기별로 가계 수지 실태를 확인해 국민의 소득과 소비 수준 변화를 측정하는 ‘가계동향조사’를 발표한다. 이번 시간에는 이를 활용해 시니어 계층의 소비 생활이 어떻게 달라졌고, 이들의 소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겠다.
2024년 기준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비 지출액은 286만원인 반면, 65세 이상 가구의 소비 지출액은 182만원이었다. 이는 65세 이상 시니어 계층이 대부분 은퇴를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소비 지출액 증감 추이를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비 지출액은 해당 기간 240만원에서 286만원으로 연 평균 4%씩 증가한 반면, 65세 이상 가구의 소비 지출액은 같은 기간 147만원에서 182만원으로 연 평균 5%씩 증가했다. 65세 이상 가구의 소비 지출액이 더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이는 65세 이상 가구에서 삶의 질을 중시하는 액티브 시니어 계층의 편입이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 2024년은 2분기와 3분기 데이터의 평균값을 활용
자료: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주거 및 건강 부문 지출이 높음
우선 전체 가구의 항목별 소비지출을 살펴보면 ‘음식·숙박’이 월 평균 45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에는 ‘식료품·비주류음료’가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엔데믹 이후 외부 활동이 많아지면서 2024년 ‘음식·숙박’(45만원)이 다시 1위로 올라섰다. 뒤를 이어 ‘식료품·비주류음료’(41만원), ‘교통’(34만원) 순으로 지출액이 높았다.
그러나 65세 이상 가구의 항목별 소비지출은 전체 가구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2024년을 기준으로 ‘식료품·비주류음료’(40만원) 지출이 가장 컸고, ‘보건’(27만원)과 ‘주거·수도·광열’(25만원)이 뒤를 이었다. 이는 ‘액티브 시니어’와 같은 새로운 세대가 편입된다 하더라도 시니어 계층은 생애 주기 특성 상 외부 활동이 감소하고 건강 이슈를 직면하게 되는 세대임이 여실히 드러나는 결과였다.


주: 2024년은 2분기와 3분기 데이터의 평균치를 활용
자료: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여가 관련 소비 지출은 빠르게 확대
시니어의 소비 지출액 중 주거 및 건강 부문의 지출 비중이 가장 높다는 결과만 보면 ‘액티브 시니어의 등장이라는 트렌드가 소수를 일반화한 과장이었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소비액 변화를 조금 더 살펴보면 액티브 시니어의 등장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2020년에서 2024년까지 65세 이상 가구의 항목별 소비 지출액 증감률을 살펴보면, 여가 생활로 통칭되는 ①음식·숙박 ②오락·문화 ③교육 등 경험재*를 중심으로 증감률이 높다. 이는 여가와 자기계발에 투자하며 삶의 질을 높이려는 시니어들이 과거에 비해 많아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경험재는 소비자가 구입을 하고 나서야 그 특성을 알 수 있는 상품을 말하며, 직접 경험 없이 상품의 품질 수준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상품은 탐색재라 부름
하나씩 살펴보면 65세 이상 가구의 ①음식·숙박 부문 소비 지출액은 2020년 13만원에서 2024년 21만원으로 약 1.6배 증가했고, ②오락·문화 부문 지출액은 같은 기간 동안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현재 시니어 계층이 외부 활동에 매우 적극적이며, 심신의 건강을 중시하는 웰니스 트렌드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앞으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 경험 소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③교육은 절대적인 지출 규모는 작지만 증감률이 눈에 띈다. 2020~2024년 65세 이상 가구의 교육 부문 소비 지출액은 연평균 15%씩 증가했다. 이는 시니어의 실용적 자기계발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유·아동 학습지로 유명한 회사에서 시니어 전용 학습지가 출시돼 인기를 끌고, 동네 도서관은 은퇴한 시니어의 새로운 활동무대가 되고 있다. 교육 업계는 시니어 계층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학습·자격증 커리큘럼과 강연·세미나 등을 앞다투어 준비하고 있으며, 시니어 계층 역시 자기계발을 넘어 지적 콘텐츠의 소비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탐색재로 분류되지만 의류·신발 부문 소비 지출액 증가도 자기 관리와 외적 표현에 적극적인 시니어의 변화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주: 2024년은 2분기와 3분기 데이터의 평균치를 활용
자료: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변화상
현재 시점의 시니어 라이프는 생애 주기 상 노화로 인한 전형적 특징을 보이면서도 분명 이전과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양쪽의 모습을 다 보인다는 점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플 수 있다. 변화하면서도 변화하지 않는 시니어의 특징을 교묘하고 영리하게 공략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화의 특징을 강조하거나, 노화를 거부한 변화만을 내세워서는 절약이 몸에 밴, 매우 꼼꼼하고 예민한 시니어의 마음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시니어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보다 길어진 수명으로 인한 오랜 노후 생활을 현명하게 대비해야 한다. 필수 생활비, 질병치료·간병비 등 경제적 준비 외에도 신체적, 심리적, 지적, 사회적, 관계적 준비도 더 철저해야 한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더 의미 있게 살기 위한 노후 준비는 먼 미래의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균적인 삶으로, 보다 더 속도감 있게 자리잡고 있음을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글 _ 하나금융연구소 소비자마케팅분석팀 왕다운 연구원
게시일: 202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