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ㅣ 부동산
은퇴자의 효율적인
주택 다운사이징 방안
3년 후 은퇴 예정인 C씨 부부. 애들 교육도 끝났으니 목동의 낡고 좁은 아파트를 팔고 경기도 택지지구에 있는 신축 아파트로 이사 가서 넓고 편하게 살자는 남편의 제안으로 고민이 많다.
2015년 은퇴와 동시에 강남구의 20평대 아파트를 팔고 신도시 지역의 신축아파트 40평대로 이사한 A씨. 갈아타기 시기는 비슷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세 차이가 커져, 강남지역의 지인을 만나러 갈 때마다 스트레스가 크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4년 전부터는 기존 주택과 현재 주택이 2배 이상의 시세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15년전 사업 정리와 함께 강남지역 아파트를 팔고 고향으로 은퇴한 B씨. 멋진 전원주택에서 은퇴생활 중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병원 진료가 잦아지면서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다. 기존에 살았던 강남지역으로 이사하기엔 여유자금이 너무 부족한데 배우자는 친구들이 있는 강남지역으로 다시 가고 싶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언제나 고민거리 중 하나
은퇴를 앞둔 시니어들과 상담을 해보면 은퇴 후 노후자금 활용을 위한 주택의 다운사이징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이는 주택이 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연구소의 ‘2021 대만민국 웰스리포트’에 따르면 금융자산 1억원~10억원을 보유한 대중부유층의 경우 거주 주택은 총자산의 약 4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절반에 가까운 자산이 거주하는 주택에 묶여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노후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택에 대한 처분 등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또한 위 사례2, 3과 같이 도심 외곽 또는 지방으로 은퇴했을 때 나타나는 상대적인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박탈감과 도심지로 재진입하기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번잡한 도심지를 벗어나 좀더 쾌적한 환경에서의 여유 있는 삶을 은퇴 라이프로 생각하지만 이 경우 자산가치의 하락 또는 정체는 불가피하다. 여유를 찾기 위해 도심지를 벗어나는 선택을 한 결과이다.
참고: 부자는 국내 금융회사와 거래하고 있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이며,
대중부유층은 국내 금융회사와 거래하고 있는 금융자산 1억원 이상 보유자
자료: 2021년 대한민국 웰스리포트(하나금융연구소), 2020년 말 기준
참고: 부자는 국내 금융회사와 거래하고 있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이며,
대중부유층은 국내 금융회사와 거래하고 있는 금융자산 1억원 이상 보유자
자료: 2021년 대한민국 웰스리포트(하나금융연구소), 2020년 말 기준
효율적인 다운사이징 방안은 무엇일까?
부동산에서 다운사이징이란 흔히 라이프사이클 등의 변화에 따라 주택의 크기를 줄이는 것을 일컫는다. 넓은 의미로는 가격이 비싼 지역을 떠나 싼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도 일종의 다운사이징이라 할 수 있다.
주택 다운사이징 방안 중 가장 추천할 만한 방법은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 또는 인접 지역에서 주택의 크기만 줄이는 방법이다. 익숙한 생활공간과 기존의 커뮤니티를 유지할 수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지만, 다운사이징을 통한 자금 마련에는 한계가 있어 노후자금이 좀 더 확보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또한 동일 지역 내에서 다운사이징함에 따라 생기는 심리적인 부담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커뮤니티가 유지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존 거주지를 떠나 좀더 멀리 이동하는 경우라면 기존 거주 주택과 유사한 크기를 유지하면서 여유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통상 은퇴자들이 선호하는 방법으로 기존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면서 노후자금을 확보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기존 주거지역보다 하급지로 이동하게 될 경우 자산가치의 정체 즉, 상대적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아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주거지역 이동을 결정하기 전 희망 지역에서 일정기간 살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막연하게 공기 좋고 물 맑은 한가로운 전원생활이나 넓은 신축 아파트에 현혹되기 보다는 장기간 거주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고 기존의 생활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 등의 접근성 또한 중요함으로 인근에 기반시설이 갖춰진 지역인지 반드시 확인할 필요도 있다.
늘어난 평균수명으로 인해 노후생활 기간 또한 점차 길어지고 있다. 따라서 은퇴를 위한 주택 다운사이징 또한 순간적인 충동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글 _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최환석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