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ㅣ 투자
[전문가 칼럼]
저쿠폰채와 금융투자소득세 1부: 저쿠폰채권
채권의 대부분은 고정금리로 발행되기 때문에 채권의 영문 명칭은 Bond보다는 Fixed Income으로 많이 쓰인다. 대부분의 Fixed Income은 불변의 법칙을 받아들여, 태어나면서(발행시장, Primary Market) 부여된 쿠폰금리(표면금리)와 정해진 만기로 일생을 살아가는데(유통시장, Secondary Market), 아쉽게도 채권의 인생은 마치 인간의 인생사처럼 평탄치가 못하고 굴곡지다. 채권으로서의 삶의 터전인 시장 상황(Market)은 마치 생물처럼 계속 변화하기 때문이다.
변화무쌍한 시장에서 고정된 쿠폰금리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채권은, 변덕스러운 시장금리로 인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가치 변동의 시련(?)을 겪게 되는데, 그 예로 2019~2021년도 초저금리 시절 1%대의 쿠폰으로 태어나 현재 3% 대의 시장에서 살아가는 채권의 경우 아무리 우량채권이라 하더라도 제 값을 인정받지 못하는 언더 파(Under Par), 즉 마이너스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초저금리 시절 낮은 쿠폰으로 발행되어 높은 시장금리 상황에서 매매되는 채권을 ‘저쿠폰채’라 부르고 있다. 이는 잃어버린 30년 직전 일본 호황기에 만들어진 재테크(‘재(財)+ 테크(tech)’)라는 단어처럼 한국에서 ‘저(低)+쿠폰(coupon)’이라는 이름에 채라는 라임을 따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저쿠폰채의 숙명은 시장에서 마이너스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 즉 가격이 ‘할인’되어 거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생이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이듯, 채권도 태어날 때는 파(Par)로 태어나고, 생의 마감도 파(Par)로 하게 된다. (돈을 빌렸으면 만기 때 1원 한푼 빼지 않고 원금과 이자를 다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액면가가 만원으로 책정된 채권이 태어났다면, 생을 마감할 때는 어김없이 태어난 가격인 만원에 수렴한다. 즉, 모진 풍파를 겪고 있는 채권을 9,500원에 사서 그 채권이 생을 마감할 때 10,000원으로 돌려받는다면 500원의 차이가 생기는데, 이를 ‘자본차익’ 이라고 한다. (신용위험은 없고 채권은 만기 보유를 가정하였다)
마치 S전자 주식을 6만원에 사서 7만원에 팔아 만원의 차익을 남겼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이 차익에 대해 세금이 발생하지 않으며, 채권에서도 똑같이 발생한 차익에 대해 세금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주식의 배당은 배당소득으로 원천징수된다)
현행 소득세법은 열거주의를 택하고 있고, 이자나 배당에 대해서는 열거하고 있으나, 자본차익에 대한 세금은 열거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런 자본차익에 대해 납세의무가 성립하지 않는다. 2025년부터는 이 자본차익도 소득세법에 열거하여 과세를 하겠다는 것이 바로 ‘금융투자소득세’이고, 정치권에서는 시행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1%의 쿠폰금리로 태어난 저쿠폰채를 3%의 매매수익률(할인율)로 싸게 사서 만기 시점에 파(Par)로 상환 받으면 (물론 만기 전에도 차익실현이 가능할 수도 있다) 대략 2%정도의 차익에 대해서는 아예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것이다. (보유 1년 가정)
물론, 1%의 쿠폰금리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를 납부하여야 하고 이러한 이자소득과 타 배당소득을 합산하여 2천만원을 초과할 경우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해당하게 되지만, 3%의 정기예금을 가입하였다면 3%의 이자가 모두 다 종합과세 과표로 들어가게 되므로, 여기서 바로 절세의 효과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종합소득세율이 높을수록(최고세율 45%) 자본 차익이 만들어 내는 절세 효과는 상당한데, 지방세 포함 49.5% 구간에 노출된 개인일 경우 그 효용은 약 2배에 이르게 된다. 종합과세에 노출된 개인들에게 저쿠폰채가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사실 저쿠폰채의 절세효과는 시장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코로나로 인한 역대 유동성 공급의 반대급부로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예상치 못하게 급격히 금리를 올려버렸기 때문에 저쿠폰채가 시장에 나타날 수 있었다.
전통적으로 채권은 기관의 영역이다. 발행시장 규모는 둘째 치더라도, 유통시장에서 매매되는 단위가 종목당 100억 수준에 다다르고 거래량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쿠폰채가 등장하면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채권시장으로 유입되었으며, 특히 2022년도 레고사태로 인한 채권시장 붕괴 당시 기관이 던지는 채권 중 양질의 저쿠폰채를 개인투자자들이 상당히 많이 받았다. 이중 20년 만기의 일부 장기국채(저쿠폰) 종목에서는 총 11조원의 발행규모 중 약 3조원을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등 개인 매수세가 역사적인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즉, 저쿠폰채로 인해 개인투자자가 채권시장에 강력한 플레이어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동학개미의 수준이 아니라, 채권시장의 하방을 개인투자자들이 막아낼 정도로 상당히 강력했다. 이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부(Wealth)가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였기 때문이라 유추할 수도 있으며, 한때 시장에서는 기업을 매각한 개인오너가 저쿠폰채를 천문학적 단위로 쓸어 담고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어찌 보면 저쿠폰채가 개인투자자로 하여금 채권시장의 하방을 막아내게 하는 역할을 하여 금융시장의 한 축인 채권시장을 지켜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음 시간에 이어서 설명하겠다.
글 _ 하나은행 신탁부 김남언 차장(C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