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ㅣ 투자

[전문가 칼럼]
미국 장단기 금리차 정상화는 경기침체 신호인가?

최근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장기간 역전 상태를 유지하던 미국 국채시장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조만간 경기가 침체 국면에 진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단기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로 자금을 운용하는 은행이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며 경기침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을 거치며 경제 주체들의 금융자산이 크게 증가하면서 장단기 금리차를 활용한 은행의 중개기능이 약화되었다. 이는 결국 장단기 금리차의 경기 예측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의 장단기 금리 정상화를 경기침체의 전조로 해석하는 것 또한 무리가 있다.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됐다가 정상화될 때 경기침체가 온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지는 “장단기 금리차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 경기침체가 온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러나 경기침체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다시 “장단기 금리차가 정상화되면 경기침체가 온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아래 그림에 따르면 그럴 듯한 시나리오다. 장단기 금리차가 0 아래로 내려갔다가 올라온 후 거의 예외 없이 경기침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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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Federal Reserve of St. Louis
<기준일: 2024. 9. 15>

경기침체는 장단기 금리차의 정상화 때문이 아니라 역전 때문이다!

두 가지 현상이 진정 관계가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전후관계와 인과관계가 모두 성립해야 한다. 1~2년 전쯤 회자됐던 장단기 금리차 역전과 경기침체는 전후관계와 인과관계로 모두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회자되는 장단기 금리차 정상화와 경기침체는 전후관계가 성립하지만 인과관계를 설명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장단기 금리차가 정상화될 때 경기침체가 오는 게 아니라, 그 전에 발생한 장단기 금리차 역전 때문에 시차를 두고 경기침체가 온다고 보는 것이 좀 더 타당하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과 경기침체 간에 시차가 있다 보니, 정상화될 때 경기침체가 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과 경기침체의 관계에 대한 의견

한편 장단기 금리차 역전과 경기침체의 관계가 역사적으로는 매우 신뢰도가 높았지만, 최근의 금융 환경이 과거와 많이 달라서 장단기 금리차의 설명력이 예전만큼 높지 못하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경기침체를 부르는 이유는 은행을 통한 경제의 자금 순환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은행은 단기금리(예금)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금리(대출)로 이윤을 취한다. 그래서 장단기금리 역전은 은행의 손익을 악화시킨다. 자연히 자금 융통이 어려워지고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게 된다. 이것이 장단기 금리차와 경기침체의 인과관계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돈을 너무 많이 풀어서 가계/기업/은행의 보유 현금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갖고 있는 돈이 많으면, 그만큼 소비와 투자를 하기 위해 어딘가에서 돈을 융통할 필요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경로를 감안하면, 위 내용은 굉장히 중요한 변화다. 2008년을 전후로 가계와 기업의 현금 보유량이 구조적으로 달라져서,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인과관계)가 많이 약해졌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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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
<기준일: 2024. 9. 15>

글 _ 하나은행 투자전략팀 문동열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