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원큐

가을은 차 한 잔을 놓고 사색에 잠기거나 책을 읽기에도 좋은 시기다. 이 시기를 놓치면 추운 겨울이 돌아오기 때문에 파란 하늘과 맑은 날씨를 충분히 누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옥은 이런 가을 감성과 잘 어울리는 곳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기성 세대뿐만 아니라 MZ세대들 역시 한옥카페를 즐겨 찾고 있다.

최근 가장 뜨는 곳을 서울에서 꼽는다면 단연 ‘서순라길’일 것이다. <나혼자산다>에서 전현무가 찾은 핫플로 나와서 더욱 유명해졌다. 서순라길은 서울 종로구 종로 150-3에서 권농동 26까지를 잇는 도로를 말하는데 옛 조선의 치안을 담당하는 순라군이 다니던 길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서순라길이 이렇게 유명해진 이유는 서순라길이 종묘의 서쪽 담장을 끼고 이어진 길이라 한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담장 너머 나무와 종묘 담장 너머로 보이는 종묘의 지붕 모습 등이 전통적인 분위기를 엿보게 한다. 보행로 왼편에 위치한 카페들과 식당들 역시 이 서순라길 분위기와 어울리게 한옥을 개조해 지어진 곳들이 많다. 서순라길을 찾는다면 쉽게 한옥의 감성을 담은 카페와 맛집들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서순라길 외에 북촌이나 안국동, 계동, 익선동 등 종로구 일대에서도 한옥카페를 찾을 수 있다. 종로구는 워낙 오래된 도심이라 아직 전통의 분위기를 간직한 한옥카페들이 많다. 은평구 한옥마을 역시 서울에서 손쉽게 한옥카페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북한산의 웅장한 모습과 함께 한옥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기존에는 한옥카페하면 전통차가 주 메뉴였다. 아무래도 손님 연령층이 젊은 세대 보다는 보다 나이가 있는 세대들이 주로 이용하고 한옥이라는 곳 자체가 전통차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스타를 통해 새로운 곳을 탐색하고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많으면서 기존 모던한 공간과 차별화되는 한옥카페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메뉴도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종로구에 위치한 온지심은 요즘 인기 있는 디저트로 손꼽히는 베이글을 전문으로 한다. 기본 베이글 외에도 다양한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이천 쌀을 이용해 만든 비건 라이스 라떼 역시 이색적인 메뉴다. 경복궁 근처의 자명서실이라는 한옥카페에서는 핸드 드립 커피와 케이크를 맛볼 수 있다. 익선동의 한옥랑솜 카페에서는 케이크를 전문으로 하는데 자몽얼그레이케이크, 순우유메론케이크 등 베이커리 못지 않게 디저트를 맛볼 수 있고, 북촌의 어니언 안국은 아예 베이커리 카페를 표방하며 다양한 빵과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성북동 큰길을 따라가다 꺾으면 ‘어떻게 이런 곳이?’ 싶을 만큼 호젓한 한옥이 등장한다. 수연산방이라는 전통찻집이다. 이곳은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상허 이태준 작가가 살았던 곳으로 지금은 이태준 작가 누나의 외손녀가 운영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과 정원이 아름다운 곳으로 조용한 동네라 호젓하게 쉼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대추차나 쌍화차 같은 전통차들 외에도 단호박 빙수, 오미자차, 한과 등도 맛볼 수 있다.

홍대는 젊음의 거리로 유명한 만큼 트렌디하고 모던한 카페들이 많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외관부터 눈에 띄는 한옥카페를 찾을 수 있다. 새롭게 오픈한 이음1966이 바로 그곳이다. 홍대입구역 부근에 위치한 이음1966은 1966년에 지어진 한옥으로 세월의 흔적이 돋보이며 빈티지한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잘 보존된 서까래와 아궁이를 지나 작은 연못과 감나무까지 중정에서 바라볼 수 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메뉴의 경우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나는 제품들로 만든 것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도의 카카오 전문점 코코하와 제주 유기농 티 브랜드 올티스의 제품을 선보이며 이 제품들은 모두 카페에서 구입할 수 있다. 소규모 모임이나 이벤트를 위한 공간 대여도 가능하다.

최근 SNS상에서 가장 핫한 한옥카페다. 정릉 국민대학교 후문쪽에 위치한 명원박물관은 학교 안에 있어 접근이 쉽지 않지만 그만큼 더 조용하고 한가하게 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차담은 ‘차의 향기를 머금은 아름다운 뜰’을 의미하는 ‘명원’에서 이름을 따왔다. 차 한잔의 여유를 느끼며 조용히 뜰을 산책하고 가을의 감성을 가득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메뉴는 다양한 티 종류를 판매하고 있다. 제주 말차와 녹차, 히비스커스 외에ㅗㄷ 냉침차와 밀크티, 계절 다식 세트도 먹을 수 있다. 차담이라는 가게 이름처럼 커피 메뉴는 없으니 참고하자.

우리밀로 만든 베이글 전문 카페다. 겉에서 볼때는 여느 평범한 한옥카페처럼 보이지만 카페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출입문에 들어서면 꽃과 식물들이 가득 눈에 들어온다. 한옥 내부를 마치 숲속처럼 꾸며 놓아 싱그러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전통 한옥과 식물들이 어우러져 마치 교외에 나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카페 가운데인 중정 부분에는 햇빛이 잘 들어와 더욱 근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옥카페는 좋아하는데 전통차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면 온지심이 안성맞춤이다. 블루베리, 바질, 올리브 등의 다양한 베이글 외에도 다양한 커피, 밀크티, 딸기 라떼, 아이스티, 에이드 등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