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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ONE PIECE: 너와 나의 바로 그 원-피스

전 시 명: ONE PIECE: 너와 나의 바로 그 원-피스
전시장소: PLACE1 빌딩 지하1층(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96길 26)
전시기간: 2024.8.30~9.29
전시시간: 화~일 11:00~19:00(매주 월요일 휴무)
추석 연휴: 9.16~17(휴무), 18일 (정상운영)
참여작가: 4명의 미술품 컬렉터가 소장한 작품(노순택, Rebecca Ackroyd, Precious Okoyomon, Giovanni Battista Piranesi 외)
출 품 작: 약 4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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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오다 에이치로의 만화 ‘원피스(One Piece)’는 해적 몽키 D. 루피가 해적왕 골 D. 로저가 죽기 전 이야기한 보물인 '원피스'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담은 모험담이다. 1997년 처음으로 연재된 이후, 지금까지 루피의 여정은 계속되고 있으며, 아직 이 보물의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한 사람의 발언에 의지해 실체조차 알 수 없는 원피스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루피와 밀짚모자 일당은 언뜻 무모해 보이기 하지만 그 원피스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들로 하여금 고난과 역경을 감내하게 만드는지 호기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원피스는 과연 무엇일까? 그 모든 것을 감내하고 희생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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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 에이치로(Eiichiro Oda)의 만화 ‘원피스'
©Eiichiro Oda

〈ONE PIECE: 너와 나의 바로 그 원-피스〉 전시는 만화 ‘원피스'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미 눈치챈 분들도 있겠지만, 이 전시는 만화 ‘원피스’와 미술계에서 작품을 지칭하는 표현인 ‘피스(piece)’를 언어적으로 엮어, 미술품 컬렉터가 미술품을 소장하는 과정을 루피와 밀짚모자 일당이 원피스를 찾아 떠나는 긴 여정에 비유하고 있다. 얼핏 비약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미술품 컬렉터가 작품을 소장하고 컬렉션을 구축하는 과정은 한 점의 보물을 찾아 떠나는 모험과도 같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작품 중 운명과도 같은 한 점을 만나는 것은 그만큼 어렵고, 긴 시간이 걸리며, 때로는 그 가치만큼의 대가가 따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는 소장에 대한 성취와 만족감을 느끼고, 금 같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 동료를 만나 우정을 쌓으며, 때로는 개인의 소장을 넘어 컬렉팅이라는 행위가 나비효과처럼 미술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에 압도된다.

전시는 미술품 컬렉팅의 여정을 각기 다른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항해하는 네 명의 컬렉터와 함께한다. 전시에서 각 컬렉터의 섹션은 그들이 직접 선정한 한 점의 작품(One piece)과 그 작품의 동료가 되어주는 다른 소장품들로 구성된다. 여기서 컬렉터가 선정한 한 점의 작품은 컬렉터의 취향과 가치관을 보여주는 동시에, 컬렉션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의 역할을 한다. 컬렉터들은 이 한 점을 소장하기까지의 과정,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소장 후 작품과의 교감과 그다음 여정에 대한 소회를 전시에서 가감 없이 나누며, 어쩌면 이 여정의 또 다른 동료가 되어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이 한 점을 기점으로 미래의 바로 그 한 점을 향해 여정의 배 끝을 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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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레오 카스텔리(Leo Castelli) (중) 이반 카르프(Ivan Karp) (우)앤디 워홀(Andy Warhol), 1966
Photo: Sam Falk/the New York Times

전설적인 아트 딜러 레오 카스텔리(Leo Castelli)는 진정한 컬렉터를 '대문자 C로 표기되는 컬렉터(The Collector with a capital C)'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대문자 C의 컬렉터는 종교에 바치는 신념처럼 미술에 열정을 쏟고, 그들의 모든 시간을 미술에 바치는 이들을 의미한다. 미술품 컬렉터들의 미술에 대한 열정을 잘 보여주는 레오 카스텔리의 이 발언은 해적왕 골 D. 로저의 발언만큼이나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미술품 컬렉팅을 하고 있거나 희망하는 많은 소문자 c 컬렉터들에게 이 긴 여정의 끝에 대문자 C의 뱃지를 얻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가져다준다.

모든 위대한 미술품 컬렉션은 ‘바로 그 한 점 (ONE PIECE)’의 작품에서 시작된다. 

오늘 이 시간에도 미술에 대한 열정과 애증 속에서 저마다의 답을 찾아가고 있는, 소문자 c로 표기되고 있는 모든 컬렉터들의 컬렉팅 여정을 응원한다.

MEET THE COLLECTOR
and THEIR ONE PIECE!
1. 고준환 컬렉터

미술에 대한 끝없는 물음들을 끊임없이 파고드는 과정에서 흥미를 느끼는 고준환 컬렉터에게, 미술품 수집의 여정은 마치 출구 없는 미로를 헤매는 것과 같다. 그는 때로 길을 잃고 방황하기도 하지만, 그 미로 속 무질서와 혼돈 속에서도 재미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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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작가의 아들인 프란체스코 피라네스 (Francesco Piranesi)가 그린 조반니 바티스타 피라네시 (Giovanni Battista Piranesi)의 초상, 1779, Etching
(우) 조반니 바티스타 피라네시 (Giovanni Battista Piranesi) Carceri d'invenzione (Imaginary Prisons) Title plate, second edition, 1761, Etching, 77.5x62.2cm

이러한 성향을 가진 고준환 컬렉터가 자신의 'ONE PIECE'로 꼽은 작품은 조반니 바티스타 피라네시 (Giovanni Battista Piranesi)의 1761년 에칭 작품, Carceri d’Invenzione (Imaginary Prisons) 타이틀 플레이트, 제2판이다. 상상의 감옥에 갇힌 존재에 자신을 투영하고 있는 고준환 컬렉터는 작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피라네시의 <상상의 감옥>은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건축 구조를 보여줍니다. 그 구조는 뒤죽박죽이고, 일반적인 법칙을 무시합니다. 하지만, 이 건물에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어, 결코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작품에는 건물 외벽을 오르는 한 사람이 있는데, 그의 표정은 좋지 않지만, 동시에 이곳을 집으로 인정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마치 이 환경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수잔나 클라크 (Susanna Clarke)의 소설 『피라네시 (Piranesi)』 에서는 동굴 속에 갇힌 한 남자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갇혔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그곳을 연구하며 집으로 삼아 살아갑니다. 그 집은 신비롭고, 위협적이며, 미스터리한 장소입니다. 이 작품 속 인물과 소설 속 남자는 혼돈과 무질서를 대하는 방식에 매료된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제 컬렉션과 컬렉팅 방식을 미로 속을 헤매는 것에 비유하는데, 미로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과정을 즐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러모로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 고준환 컬렉터 인터뷰 중

Who is 조반니 바티스타 피라네시(Giovanni Battista Piranesi)?

조반니 바티스타 피라네시는 1720년 베니스에서 태어난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시각 예술가로, 고전주의 시기와 관련이 깊다. 피라네시의 작품은 세밀한 묘사, 극적인 명암 사용, 현실과 환상을 융합한 독창적인 건축 형태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상상의 감옥> 시리즈는 초현실적이고 미로 같은 공간을 탐구하여 건축에 대한 그의 깊은 관심과 심리적 영향을 반영한다. 피라네시는 이 작품들을 통해 건축과 판화 분야에 족적을 남겼으며, 동시대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후대의 예술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2. 류지혜 컬렉터

위안이 되었던 그 한 점이 류지혜 컬렉터의 미술 수집 여정의 시작이었다. 컬렉터이자 작가들을 응원하는 서포터이기도 한 그녀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표현을 보고 읽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더욱 깊게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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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노순택 작가. 사진: 광주시립미술관
(우)노순택, 달을 보라 #CHH0402, 2017, Archival inkjet pigment print, 25.4x25.4cm, Edition of 38
© 노순택

그런 류지혜 컬렉터가 선택한 전시에서 소개할 ‘ONE PIECE’는 한국의 사진작가 노순택의 작품, 〈달을 보라 #CHH0402〉 (2017)이다. 작가의 작업 세계를 알게 된 후, 직접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하고 소장하게 되었다는 이 작품에 대해 류지혜 컬렉터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참여하고 있는 독서 모임에서 노순택 작가의 『말하는 눈』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작가의 작품이 단순한 기록용 사진이 아니라, 마음에 깊이 닿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시지가 담겨 있고, 그것을 호소력 있게 잘 담아내며, 그 결과물이 서정적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해에 위치한 스튜디오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란 의문과 의문의 형식을 고민하는 사람’이며, ‘수많은 예술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오늘도 절치부심하겠지만, 만약 그러한 목표, ‘정체성의 핵심'에 도달한다면, 그 사람이 굳이 예술가일 필요가 있을까’라는 책의 글귀는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몰랐고, 하지만 알아야 하는,’ 누군가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일깨우는 노순택이라는 작가가 우리 시대에 있어서 참 멋지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류지혜 컬렉터 인터뷰 중

Who is 노순택?

노순택 작가는 한국의 사진작가로, 분단, 권위주의, 국가 폭력 등 한국 사회의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주로 다큐멘터리 사진 형식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부분을 조명하고, 이를 통해 역사를 공유하는 이들의 집단적 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치학과 사진디자인을 전공한 노순택 작가는 2014년 사진작가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으며, 2013년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고, 2012년에는 동강사진상을, 2009년에는 올해의 독일사진집 은상을 수상했다.

3. 이가현 컬렉터

미술계 종사자기도 한 이가현 컬렉터는 쉼 없는 생각을 가능하게 하는 작품들을 좋아한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미술품을 통해 작가의 이야기를 수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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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레베카 아크로이드(Rebecca Ackroyd) (사진: Super Super Markt)
(우)레베카 아크로이드(Rebecca Ackroyd), Inner workings, 2022, Gouache, soft pastel on Somerset satin paper, 180x132cm (framed: 186x137x5cm) ©Rebecca Ackroyd

여러 세대에 걸쳐 여성 작가들이 신체를 표현 수단으로 사용해 온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가진 이가현 컬렉터에게, 이 작품은 많은 여성 작가들의 연대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의 감정을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처음 멀리서 이 작품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가 떠올랐습니다. 식물의 형상에 기댄 표현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이 작품이 무수히 많은 점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들의 합은 역사 속에서 존재해 온 여성 서사를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이 작품 자체가 커다란 서사시처럼 느껴졌습니다.

갤러리 디렉터 하비에르 페레스(Javier Peres)님은 이 작품과 에바 헤세(Eva Hesse)의 작업 세계를 교차하여 설명해 주셨습니다. 헤세의 작업은 종종 인체를 단편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했으며, 반복적이고 명상적인 과정을 통해 작품을 창조했습니다. 이러한 설명은 작가의 작품이 가지는 깊이와 의미를 더욱 부각했으며, 설명을 듣는 내내 이 작품이 더없이 '완벽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가현 컬렉터 인터뷰 중

Who is 레베카 아크로이드(Rebecca Ackroyd)?

레베카 아크로이드(Rebecca Ackroyd)는 상징적 요소와 서사를 활용해 관객과 소통하며,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을 시각 언어로 풀어낸다. 회화, 조각, 설치를 통해 신체, 성(性), 공간, 권력 구조 등의 주제를 탐구하는 그녀의 작업은, 신체의 일부를 왜곡하거나 재구성함으로써 성적 정체성과 권력 구조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2023년 리옹 현대미술관, 2017년 런던 자블루도비츠 컬렉션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2019년 15회 리옹 비엔날레에 참가했다.

4. 임정택 컬렉터

임정택 컬렉터에게 미술품 수집은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행위와 같다. 그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범주를 넓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컬렉팅을 통해 연결되는 모든 사람들과의 만남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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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프레셔스 오코요몬 (Precious Okoyomon) (사진: Sarah Cascone/Artnet)
(우)프레셔스 오코요몬(Precious Okoyomon), Untitled (Psalm of My Wilderness), 2021, Raw wool, hand-spun yarn, dirt, and blood, 63x 63x 63cm ©Precious Okoyomon

자신도 모르게 감각적인 표현을 가진 작품들에 매력을 느끼는 임정택 컬렉터는 전 세계 큐레이터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젊은 작가 프레셔스 오코요몬(Precious Okoyomon)의 2021년 작품 Untitled (Psalm of My Wilderness)를 ‘ONE PIECE’로 선택했다.

“2022년에 작가가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본 전시에 참여하여 공간 전체를 태초의 자연처럼 연출한 것을 보았습니다.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살아있는 식물과 나비가 작품의 일부로 참여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흘러가는 과정까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전시가 끝날 때 최종적인 모습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었지만, 살아있는 유기물이 작품의 일부가 되고 전시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작품이 매우 흥미롭고 궁금했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가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아마도 자신의 작품 세계를 좋아해 주고, 소장까지 하려는 컬렉터의 마음을 알아준 덕분인지, 작가가 직접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퀸 해렐슨(Quinn Harrelson) 갤러리를 소개해 주었고, 덕분에 작품을 소장할 수 있었습니다.”

- 임정택 컬렉터 인터뷰 중

Who is 프레셔스 오코요몬(Precious Okoyomon)?

런던에서 나이지리아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프레셔스 오코요몬(Precious Okoyomon)은 블랙과 퀴어 정체성, 그리고 식민주의의 환경적 영향을 주제로 작업한다. 그들은 식물, 흙, 살아있는 유기체 등 유기적 재료를 활용한 설치 미술과 시, 퍼포먼스를 통해 변화와 재생의 기조를 바탕으로, 정체성, 자연, 인종, 역사 등 개인과 사회가 마주하는 다양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했으며, 2021~2022년 아스펜 미술관, 2020년 프랑크푸르트 MMK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이젤(eazel)

이젤(홈페이지: eazel.net / 인스타그램: @eazel.art)은 지난 2015년부터 서울과 뉴욕, 홍콩을 거점으로 여러 국제적인 미술관, 갤러리, 미술 기관 등과 함께 온라인 전시를 VR로 제작, 아카이브해왔다. 이외에도 동시대 여러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미술계 지형도 및 미술 산업 관련 데이터 분석/리서치 등을 진행해 왔으며, 이를 통해 미술계의 각 요소가 서로 유연하게 연결되는 지점에서 미술이 일상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_ 이젤(eaz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