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ㅣ 여행
고요함과 활기참 그 사이
라오스의 두 가지 매력
누군가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라고 묻는다면 고요와 활력을 모두 가진 야누스적인 매력이 있다고 답하고 싶다. 비엔티안에서 역사 깊은 문화를 체험하는 고요한 시간과 방비엥에서의 생동감 넘치는 시간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라오스로 지금 떠나보자.
고요한 비엔티안
라오스 지폐에 그려질 정도로 가장 신성시되는 탑인 탓 루앙
먼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으로 향한다. 무엇인가를 안다는 건 그 과거를 이해하는 일과 동의어다. 라오스는 14세기 란쌍 왕국이 세워진 뒤 3개 왕국으로 분열되었고, 20세기 초에는 프랑스 보호령이 되었다. 20세기 중반에는 왕립라오정부가 들어섰으나 내부적인 정치적 대립과 전쟁이 이어지다가 현재의 라오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수립되었다.
세계대전과 독립전쟁에서 사망한 라오스인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빠뚜싸이
전쟁에서 희생된 민간인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비엔티안 코프센터
비엔티안의 핵심 명소들은 이 나라의 역사문화를 잘 알려준다. 전쟁의 아픔을 알리는 코프센터는 폭탄으로 다친 민간인 사상자들의 고통과 희망을 보여 준다. 빠뚜싸이는 1958년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하는 탑이다. 프랑스의 개선문 형태에 라오스 전통양식을 더한 탑으로, 도시 전경이 막힘없이 보이므로 꼭 방문해 볼 만하다. 국가적 상징물인 탓 루앙은 신성하고 위대한 불탑이라는 이름처럼 눈부시게 화려하고 위엄 있는 불교사원이다. 부서져 내리는 햇살 아래 장엄하게 빛나는 거대한 황금빛 탑, 그 누구라도 한번 보면 경외심이 절로 들 것이다.
불교국가로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불교공원의 모습
불교와 힌두교를 결합시켜 만든 독특한 불상을 볼 수 있다
라오스는 고요한 이미지의 불교국가다. 어슴푸레한 새벽빛 사이로 주홍빛 장삼을 입고 탁발에 나선 승려들이 떠오르는 나라 아니던가. 종교색이 짙은 만큼 신들이 머무는 것 같은 독특한 명소들이 있다. 씨엥쿠안 사원 불교공원에는 불교와 힌두교를 결합시켜 만든 특이한 불상조각들이 있다. 기이한 불상들을 보면 다소 난해하면서도 힙한 현대조각미술관에 온 기분이 든다. 라오스 최초의 자연박물관이자 최대 규모의 목공예품 전시관인 조각아트박물관도 놓칠 수 없다. 고대 란쌍왕국은 물론 부족국가들의 문화가 녹아든 섬세한 목공예술품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비엔티안 근교엔 뭐가 있을까? 메콩강의 지류인 남능강은 비엔티안의 식수원으로, 내륙에 있지만 바다같이 드넓다. 그래서 여기 탕원유원지에서는 뱃놀이가 인기로, 선상에서 라오스 현지식사를 즐길 수 있다. 디저트 타임에는 용과와 망고 등 동남아 제철 과일들을 고루 맛본다. 한식과 푸짐한 고기뷔페도 준비되어 있다. 비엔티안의 현재가 궁금하다면 야시장으로 가자. 메콩강을 따라 늘어서서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야시장! 라오스인들의 생활상을 한자리에서 보여 준다. 코끼리 그림의 파우치며 수공예품을 고르고 흥정하는 재미는 덤이다.
활기찬 방비엥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방비엥의 아름다운 마을 모습
지금의 라오스는 방비엥 덕분에 젊고 활기찬 이미지가 추가되었다. 비엔티안의 근교 도시 방비엥에는 기기묘묘한 석회암질 산과 동굴로 이뤄진 수려한 자연이 있다. 그야말로 마을 전체가 자연이 만든 천혜의 놀이터로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
방비엥은 석회암 지대에서만 할 수 있는 남다른 액티비티의 천국이기도 하다. 탐놈 석회동굴은 안으로 물이 넉넉히 흐르는 덕분에 튜브를 타고 동굴을 탐방하는 이색 체험이 가능하다. 큼직한 튜브에 둥실둥실 몸을 싣고 칠흑 같은 동굴로 들어가면 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종유석 세계가 펼쳐진다. 라군 액티비티도 있다. 라군은 석회암 지대에 발달하는 연못 같은 지형이다. 방비엥의 블루라군은 석회암이 녹아 들어 만들어진 특유의 에메랄드색 물빛 덕분에 ‘블루라군’으로 불리며, 신이 선물한 천연 풀장으로 사랑받고 있다. 블루라군 바로 옆의 나무는 어른 몇 명이 올라가도 끄떡없을 만큼 우람한 크기로 맞춤형 천연 다이빙대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튼실한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가 살짝 떨리는 마음을 안고 시원하게 풍덩! 한 번 점프해 보면 두 번은 쉽다. 이렇게 영롱한 터키색 천연 라군으로 풀쩍 다이빙하는 재미는 방비엥에서만 가능하지 않을까.
’블루라군’에서 즐기는 다이빙 놀이는 관광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방비엥의 초록 숲과 푸른 강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열기구 체험
방비엥의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가장 특별한 방법은 열기구 투어다. 빨갛고 노란 열기구를 타고 초록 숲과 푸른 강 위로 두둥실 떠오르는 이색체험. 열기구는 색의 마법이 펼쳐지는 일출과 일몰의 매직 아워에 탄다. 붉게 번지는 노을빛의 향연 속에 떠올라 웅숭그린 짙푸른 열대우림을 마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버기카
방비엥은 소박한 시골 마을인만큼 도로가 거칠다. 이 비포장 도로가 매력이다. 내 속에 잠들어 있던 야성적인 질주 본능을 깨우는 버기카 투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밟는 대로 쭉쭉 나가는 버기카를 타고 방비엥 외곽마을과 오지지역의 오프로드를 달리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푸른 쏭강에서 유유자적 즐기는 카약
가장 짜릿한 액티비티를 즐기고 싶다면 짚라인을 추천한다
에너제틱한 액티비티를 더하고 싶다면 선택관광을 추가해도 좋다. 기암절벽 사이를 흐르는 쏭강을 카약을 타고 누비거나 열대우림 품에 안기듯 짚라인을 타고 그 위를 짜릿하게 날아볼 수도 있다. 롱테일보트를 타고 강을 따라가며 자연 그대로의 속살과 민낯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추억도 만들 수 있다.
방비엥에서 낮동안 활력 넘치게 보냈다면 저녁에는 쏭강 풍등 날리기가 기다리고 있다. 하얀 풍등은 가슴 속에 고이 간직했던 소원을 저 너머 하늘 끝까지 닿게 해 준다. 방비엥의 밤은 여행자 거리에서 마무리해 보자. 유럽풍의 스타일리시한 카페와 펍에서 차가운 맥주로 한낮의 열기를 식힐 수 있고, 심장을 울리는 클럽 음악에 몸을 맡기며 신나는 밤을 보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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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협조 _ 하나투어, 언스플래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