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ank ㅣ 아트투자
당신이 꼭 알아야 할 2024 아트 트렌드1
‘선주민 미술(Indigenous Art)’
2024년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주요 미술 장르 가운데 하나인 ‘선주민 미술(Indigenous Art)’을 소개한다. 선주민 미술은 새로운 이주민 혹은 침략자들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그 땅에 살고 있었던 선주민(Indigenous People) 출신 혹은 선주민 부족의 가치와 문화유산을 계승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의미한다. 올해 4월 새롭게 문을 연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의 주제인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Foreigners Everywhere)’를 완성하는 세부 갈래 중 하나이기도 한 선주민 미술을 통해 동시대 미술계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본 영상은 6월 22일부터 7월 24일까지 H.arT1(을지로), 압구정PB센터, 용산PB센터, 평창동PB센터, 분당PB센터에서 동시 상영된다.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전경(2024)
Courtesy of La Biennale di Venezia. Photo by AVZ
‘외국인들은 어디에나 있다’ 로 해석될 수 있는 이 문장은 2024년 4월 새롭게 문을 연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La Biennale di Venezia)의 제목이다. 이번 비엔날레에 참여한 프랑스 작가 클레어 퐁텐(Claire Fontaine)이 2004년부터 진행해 온 연작 제목과도 동일하다. 내가 아닌 다른 이의 관점에서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이방인(Foreigner)’이 될 수 있음을 상기하며, 사회가 소위 주류로 단정짓는 너머의 세상을 바라볼 것을 촉구한다.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에 설치된 클레어 퐁텐의 설치 작품 Foreigners Everywhere (2024)
Courtesy of La Biennale di Venezia
새로운 이주민 혹은 침략자들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그 땅에 살고 있었던 선주민(Indigenous People) 출신 혹은 선주민 부족의 가치와 문화유산을 계승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의미하는 선주민 미술은 다양한 가치를 포용하고자 하는 2024 베니스비엔날레의 여러 축 가운데 하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류는 지금껏 인류사 전반을 지배해 온 서양·이성·과학 중심의 사고와 가치 체계가 재난적 상황 및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답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이에 역사의 흐름 속에서 다수와 주류의 범주에는 속하지 못했으나, 자신들만의 가치를 보존하고 계승해 온 선주민 공동체의 태도와 사고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에 설치된 마타호 콜렉티브의 설치 작품 Takapau (2022)
Courtesy of La Biennale di Venezia
베니스비엔날레 참여 작가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베니스비엔날레 최고 영예인 골든 라이언(the Golden Lion for best international participation)상을 수상한 마타아호 콜렉티브(Mataaho Collective)는 뉴질랜드 선주민 마오리(Māori) 혈통 네 명의 여성 작가들로 구성되었다.
주로 마오리 공동체의 선조들로부터 전승되어 온 직조 기술을 활용해 협업의 방식으로 대규모 설치 작품을 하는 콜렉티브는 동시대를 사는 우리가 과거 혹은 소규모 공동체의 가치를 어떻게 계승하고 있으며, 또 이것을 새로운 시대에 맞춰 어떻게 재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는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마타아호 콜렉티브는 2023년에 열린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해 국내 미술애호가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으며, 2022년 시드니비엔날레, 2020년 다카 아트 서밋, 2017년 14회 카셀 도큐멘타에 초대된 바 있다.
선주민 미술은 비단 이번 베니스비엔날레뿐만 아니라 2024년 휘트니비엔날레, 2023년 상파울루비엔날레 등 이미 팬데믹 전·중·후로 열린 다양한 미술 행사에서 언급되어 온 주제로, 현재 우리 사회 전반이 추구하고 또 갈망하고 있는 다양성과 포괄성에 대한 관심이 미술계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다음 소개될 두 전시는 미국 선주민 공동체를 대표하는 두 작가 제임스 루나(James Luna)와 니콜라스 갈라닌(Nicholas Galanin)의 전시로, 각기 다른 선주민 공동체에 속하는 그들의 작업 세계를 통해 각각의 공동체가 어떻게 자신들의 가치를 보존하고, 또 계승하고 있으며, 어떻게 변화하는 시대에 반응해 발전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Take a Picture with a Real Indian(진짜 인디언과 사진을 찍으세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선주민인 푸유키첨(Puyukitchum)과 아이파이(Ipai), 그리고 멕시코의 혈통을 가지고 있는 미국 작가 제임스 루나(James Luna, 1950~2018)는 미국 사회에서 선주민의 처우와 현대에 들어서는 지나치게 미화된 시선으로 선주민을 소비하고 있는 현실을 퍼포먼스와 사진 등으로 표현한다. 작가 사후 2년 후인 2020년 뉴욕 가스 그리넌 갤러리에서 〈Take a Picture with a Real Indian(진짜 인디언과 사진을 찍으세요)〉라는 제목으로 열렸던 해당 전시는 작가의 대표작이자 1991년 미국 휘트니미술관에서 선보였던 동명의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해당 퍼포먼스에서 작가는 선주민으로서 자신의 정체성 그 자체를 마치 미술관에 놓인 유물처럼 배치하고,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자신, 즉 ‘진짜 인디언'과 사진을 찍으라고 계속해서 독려한다. 이를 통해 미국 사회가 소위 인디언(Indian)으로 불리는 미국 선주민들의 이미지를 어떻게 프레임하고, 또 소비하고 있는지를 냉철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진짜 인디언과 사진을 찍으세요. 오늘 이 밤 이 곳 뉴욕에서요.
두 장을 찍으세요. 그리고 한 장은 여기 두고, 한 장은 집으로 가져가세요.”
- 제임스 루나
1991년 미국 휘트니미술관에서 선보인 제임스 루나의 〈Take a Picture with a Real Indian〉 퍼포먼스
Courtesy of the estate of James Luna and Garth Greenan Gallery, New York
〈It is flowing through it(그것을 타고 흐른다)〉
니콜라스 갈라닌(Nicholas Galanin, b.1979)은 미국 알래스카 지역의 선주민인 틸링잇(Tlingit)과 우난가(Unangax̂) 계통의 선주민 작가로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선주민의 문화와 가치가 타문화에 의해 강탈 혹은 흡수되는 것에 주목하여, 선주민 공동체가 가진 문화적 연속성과 보존의 중요성에 대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한다.
선주민 공동체가 실제로 사용하는 바구니를 마치 도둑들이 얼굴에 쓰는 마스크처럼 잘라내어 전시장 한쪽 벽면에 설치한 〈It is flowing through it(그것을 타고 흐른다)〉은 이러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함축적이면서도,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 오랫동안 뿌리내리고 살아온 거주지를 포함해 공동체의 가치와 삶의 양식을 후대의 침략자들에 의해 강탈당한 이의 입장에서, 이는 한편으로 범죄와도 같은 행위임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선주민의 주체성, 가치의 보호 및 강탈된 역사의 반환 등을 이야기한다.
“우리와(우리의) 땅과 문화 사이의 영속성은 계승과 기억을 거쳐 우리의 몸을 타고 흐릅니다.
이는 우리의 몸과 언어, 그리고 예술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 니콜라스 갈라닌
〈It is flowing through it〉 (2022)의 설치 전경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ter Blum Gallery, New York
이젤(홈페이지: eazel.net / 인스타그램: @eazel.art)은 지난 2015년부터 서울과 뉴욕, 홍콩을 거점으로 여러 국제적인 미술관, 갤러리, 미술 기관 등과 함께 온라인 전시를 VR로 제작, 아카이브해왔다. 이외에도 동시대 여러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미술계 지형도 및 미술 산업 관련 데이터 분석/리서치 등을 진행해 왔으며, 이를 통해 미술계의 각 요소가 서로 유연하게 연결되는 지점에서 미술이 일상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 _ 이젤(eaz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