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ㅣ 취미
보약보다 좋은 운동
게이트볼
나이가 들면 관절의 위험 탓에 야외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꺼리게 된다. 게이트볼은 비교적 부상의 위험 없이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이상적인 야외운동이다.
햇빛이 따스한 주말 낮 시간. 기자촌 공원 근린공원에는 조용한 공원의 정적을 깨고 분주함이 가득하다. 10여 명의 게이트볼 회원들이 모여 게이트볼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기다란 스틱으로 공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는 모습은 얼핏 ‘골프가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게 하는데 자세히 보면 골프채가 아니다. 하키 스틱 같기도 하고 모양이 조금 다르다. 작은 골대를 연상시키는 곳에 공을 쓱 넣으면 “굿샷!” 이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이들은 바로 게이트볼을 즐기고 있는 동호회원들이다.
게이트볼, 언제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게이트볼은 일본이 기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프랑스의 ‘크로케’라는 공놀이에서 유래된 스포츠다. 크로케는 야외에서 나무망치로 나무공을 쳐서 철문 9개를 통과시킨 뒤 다시 시작한 곳으로 돌아오는 운동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에서 크로케라는 경기를 보고 지금의 게이트볼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가장 보편적이다.
게이트볼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80년대 초반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처음 확인된 것은 1956년 부산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김명조 교수가 게이트볼을 소개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1959년 진명여고 졸업 사진첩에 당시 교사들이 게이트볼을 즐기는 장면이 담겨져 있다. 1980년대 초반 정부에서 스포츠 정책을 적극적으로 표방하면서 새로운 여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1980년대 일본에서 사회전반으로 노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생활체육의 열기로 게이트볼이 대표적인 노인 스포츠로 자리를 잡자 이런 분위기가 우리나라에도 퍼져 게이트볼 동호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게이트볼은 장방형의 경기장에서 두 팀으로 나눠 망치와 손잡이로 된 티(T)자형 스틱으로 볼을 치는 운동이다. 공으로 하는 구기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축구나 야구, 탁구 등 보다 격렬하지 않고 정적인 운동이라 시니어층에게 특히 생활체육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인기가 많아졌다.
서울시를 비롯해 각 지차체들 역시 게이트볼의 매력을 눈여겨 보고 일찍부터 게이트볼장을 마련하고 있다. 게이트볼은 현재 전국적으로 100만 명 이상의 동호인들이 즐기는 국민 생활체육이다. 현재 사단법인 게이트볼협회에 등록된 지부만 해도 서울만 25개 구 협회, 경기 31개 시군, 강원 18개, 경북 23개 등 전국적으로 218개 협회가 운영되고 있다.
게이트볼의 규칙은 비교적 간단해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부담이 없다. T자형 스틱으로 볼을 쳐서 경기장 내 3곳의 게이트를 차례로 통과시킨 다음 직경 2cm의 둥근 봉으로 만들어진 골대, 즉 골폴(goal pole)에 맞히는 방식이다.
게이트볼은 도구가 필요한 운동이다. 기본적으로 스틱과 볼, 득점을 체크하는 득점기가 필요하다. 볼의 무게는 230g 정도. 공 치고 가벼운 편이지만 스틱은 조금 무거운 편이다. 스틱은 키에 맞춰 길이를 조절할 수 있고 골프채와 같이 헤드, 샤프트, 그립 3개 부분으로 나뉜다.
각 팀은 선수 5명씩으로 구성되며 선공팀은 적색, 후공팀은 백색볼을 치는 형식이다. 타자가 볼을 쳐서 같은 팀이나 상대팅 볼에 맞으면 심판은 ‘터치’를 선언하고, 타자는 자기 볼로 다른 팀 볼이나 자기 팀 볼을 쳐내는 기회를 얻는다.
경기 종료 후 승패는 팀별 득점을 합산한 점수로 결정된다. 양 팀 점수가 동점이 된 채 종료된다면 골폴 명중이 어느 팀이 더 많았는지로 승패가 나눠진다. 골폴 명중 횟수까지 동일하다면 제3게이트 통과 볼이 많은 팀, 제2게이트 통과 볼이 많은 팀, 제1게이트 통과 볼이 많은 팀 순서로 승패를 나눈다. 경기를 하다가 1번 선수가 타격한 볼이 제1게이트를 통과하면 타자는 바로 다음 타격을 이어가는데 만약 통과하지 못하면 상대팀에게 타격 기회가 넘어가는 식이다. 타자의 타구가 본인 팀이나 상대팀 볼에 맞거나 게이트를 통과할 경우 타격을 지속하고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 팀으로 볼을 치는 기회가 넘어간다. 1게임이 30분 정도에 진행되고, 10명이 경기하기 때문에 운동량에 대한 부담이 적고 게임 시간이 짧아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10초 안에 공을 치지 못하면 다음 사람에게 공이 넘어간다. 그래서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 걷는 게 귀찮고 움직이는 일이 힘겨웠던 사람들도 게이트볼에 참여하면 부지런히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 저절로 운동 효과가 올라가는 셈이다. 혼자 걷기를 하면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데 게이트볼을 하면 단체 경기를 하는 셈이라 소속감과 사회성이 올라가고 성취감도 맛볼 수 있게 된다. 또 규칙은 간단하지만 게이트의 각도를 고려해 어느 게이트를 먼저 통과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거나 상대방의 공 위치를 결정하는 판단력과 집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두뇌 단련 효과도 더해진다.
겉으로 보면 설렁설렁 쉽게 치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게이트볼을 막상 해본 사람들은 다양한 매력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먼저 팀 플레이이기 때문에 협동심이나 전략 등이 필요하다. 5명의 팀원 가운데 누가 먼저 치는 것이 유리할지를 결정하고 상대방보다 높은 득점을 올리기 위해서는 치밀한 두뇌 게임이 필요하다. 팀워크를 잘 맞춰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혼자 하는 운동의 경우 내가 원하는 때 그만두거나 시작할 수 있지만 팀 운동이다 보니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완주해야 하는 목표도 있다. 그만큼 경기를 시작하면 몰입을 하다 보니 집중력을 높이는 데도 좋다. 30분간 공을 치면서 코트 여기 저기를 누비다 보니 걷는 양도 상당하고 먼 곳에 있는 공을 치려면 스윙 감각도 높여야 한다. 경기를 함께 하며 팀원들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하고, 전략을 나눌 수 있어 친밀감이 높아지는 것도 장점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게이트볼은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닌 팀 운동이다. 단체운동이기 때문에 동호회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시 연합회나 각 구군 연합회를 알아보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동호회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시군에 마련된 게이트볼장에 문의하면 동호회를 알려주기도 한다. 강습 역시 동호회를 통해 문의를 하거나 게이트볼장에서 강습까지 해주는 곳도 있다. 게이트볼장 예약 역시 동호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이 혼자 게이트볼을 이용하는 것은 힘들다.
하남 유니온파크는 친환경 시설로 재탄생하며 105m 전망대인 유니온타워를 비롯해 공원과 테이스장, 족구장 등의 체육시설이 설치되었다. 푸른 잔디밭에서 게이트볼을 즐길 수 있도록 시설이 완비되었고 단체나 개인회원이 이용 가능하며 입장료의 경우 무료로 이용된다.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시간도 넉넉하게 이용할 수 있다.
주소: 경기 하남시 미사대로 710
문의: 031-790-5940
수원에 위치한 여기산은 백로와 황로 등의 서식지로 철새들이 즐겨 찾는 청정한 자연환경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자리잡은 산 게이트볼장은 수원특례시의회 의장배 게이트볼 대회를 4년째 이어올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면적이 3065㎡에 이를 정도로 넓고 눈과 비를 맞지 않고 경기를 할 수 있는 실내 경기장이라 더욱 우수한 시설을 자랑한다.
주소: 권선구 여기산로26번길 30
문의: 031-290-6012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미추홀구지회장기 게이트볼 대회를 운영하며 지난해 경우 11개 팀 100명 선수가 참가할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미추홀구 게이트볼장은 사전에 미추홀구 스포츠클럽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평일 및 주말, 공휴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용 가능하고 매월 4번째 화요일 다음달 대관신청을 받고 있다.
주소: 인천 연수구 해송로 59
문의: 032-888-7330
인천 남구의 학익체육관은 서해안고속도로 학익1교 아래쪽 공간을 이용해 조성한 곳이다. 학익체육관에는 배드민턴장과 게이트볼장이 마련되어 있다. 학익체육관 게이트볼장 역시 미리 대관신청을 통해 예약을 해야 이용 가능하다. 홈페이지에서 다음달 사전 신청을 받는 날짜를 확인한 뒤 예약을 통해 이용해야 한다.
주소: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27
문의: 032-888-7330
사진 _ 각 게이트볼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