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코로나로 인한 시장 급락 이후 증시는 급 반등했다. 유동성 확대와 백신의 보급 영향으로 증시는 어느새 직전 고점을 지나 새로운 고점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지금 이런 새로운 고점에 대한 낯섦과 부적응은 경기회복을 마치 시장의 방향 전환 요인으로 오해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자산관리 ㅣ 투자
[전문가 칼럼]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하는 시기
테이퍼링이 시장을 망가뜨릴 것인가
최근 시장 조정에 대한 근거로 제시되는 몇 가지 이유 중 가장 영향이 클 것으로 회자되는 이슈는 테이퍼링이다.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경기회복으로 현재의 유동성 공급량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금융시장을 이끌고 있는 주요 동력이 유동성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유동성의 공급량 축소 이슈가 마치 유동성 회수와 긴축 재정 같이 느껴지고 있다.
2013년 5월 당시 버냉키 연준 의장의 테이퍼링 발언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은 이른바 ‘테이퍼링 텐트럼’ 이라는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 하지만 그때의 실제 상황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의 차트에서 빨간색 원이 2013년 5월 버냉키 의장 시절 테이퍼링이 처음으로 언급된 시기다. 파랑색 원은 2014년 10월 유동성 공급 중단, 2015년 12월 첫 번째 금리인상이 단행 된 시기의 나스닥 지수의 흐름이다.
우리가 테이퍼 텐트럼이라고 부르는 당시의 조정 폭은 약 한 달간 8% 정도의 조정이었다. 그리고 실제 유동성 공급이 중단되고 금리인상이 단행되던 시기에도 짧게는 한달 길게는 45일 정도의 기간에 최대 18% 의 조정을 보였다. 그러나 2016년 초 18%의 조정은 당시 두 번째 금리인상 시기를 조율하던 차에 미국의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 경기지표가 악화되고 유가 급락까지 겹치자 이전과는 다른 깊은 조정을 보였다. 이후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도 나스닥 지수는 미국의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기반으로 상승을 이어갔다.
그 후 시장의 큰 조정이 나타난 것은 2018년 10월(초록색 원) 미중 무역분쟁 확대와 약 10년간의 경기확장기를 지난 직후 경기지표까지 악화되자 경기 피크아웃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이와 같이 시장의 큰 조정과 하락은 금융당국의 정책적 조정 요인이 아닌 경기위축과 글로벌 주요 이슈에 의해 나타났다. 필자의 판단은 현재 시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테이퍼링에 의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이 하락 전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예상치 못한 이슈를 배제한다면 시장의 추세적인 하락 방향 전환은 금번 경기회복기를 지나 경기하락의 논의가 나타날 시점에 가능 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성은 경기회복을 기반으로 상당기간 우상향을 유지 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주 펀드 Vs 경기민감주/가치주 펀드,우리의 선택은?
글로벌 경제가 본격적인 경기회복기에 접어들며 금융시장에서는 어떤 (섹터)펀드를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펀드 투자자 입장에서 현재 중요한 것은 특정 섹터의 선택 보다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이다.
필자가 생각할 때, 펀드 투자에 있어 특정 섹터에 대한 배타적 취사 선택은 지난해와 같이 불투명한 경기 상황으로 성장이 희소해져 그 가치가 절대적으로 상승한다거나, 경기가 호황기를 지나 피크아웃하는 구간에 들어서며 산업별 업황이 급격히 차별화 되는 때에는 매우 유효한 방법이다.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 경기 회복기다. 이런 시기에는 순서의 차이를 가질 뿐 거의 모든 산업의 업황이 개선되기 때문에, 투자에 있어서는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성장주펀드들은 급격한 상승 이후 금리상승기를 지나며 조정을 보였다. 개별 업황이 꺾인다거나 성장성에 심각한 훼손이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수익률 상위의 가치주/경기민감주 펀드들에 대해 추가적인 비중 확대나 포트폴리오 쏠림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앞서도 강조했지만 지금은 글로벌 경제의 경기 회복기다. 지난해 급격히 위축됐던 경제가 급작스러운 수요 팽창으로 병목현상을 우려할 만큼 급격한 확장기를 맞고 있다. 현 상황의 본질이 무엇인지 한발 떨어져 넓은 시야로 숲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글 하나은행 투자전략섹션
이민안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