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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대한민국]
백마강이 흐르는
옛 고읍
‘부여’

충청남도 부여군은 자신들만의 개성 있는 문화를 구축했던 백제의 마지막 숨결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고장이다. 금동대향로부터 국내 최대 규모 연꽃축제까지 이 계절에 꼭 한번 들러볼 이유가 충분하다.

[백제 시대 발자취 따라 1박 2일]

백마강과 낙화암

승자가 만든 어긋난 역사

백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바로 ‘의자왕’이다. 재임 당시 무려 3,000명의 궁녀를 뒀다고 알려지며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호색한’으로 낙인찍힌 비운의 주인공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자왕과 삼천궁녀는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하다. 물론 <삼국유사>에는 ‘사비성 함락 후 궁녀들이 굴욕을 피하기 위해 낙화암에서 치마를 뒤집어쓰고 뛰어내렸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어디에도 3,000명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마치 정설처럼 굳어진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의자왕은 역사상 다시없을 방탕한 임금으로 기록돼왔으니 지하에서나마 ‘나는 억울하다’고 호소하지 않았을까.

삼천궁녀에 대한 출처는 어디일까? 조선 중기 시인이었던 민제인의 ‘백마강부’라는 시에서 ‘궁녀 수 삼천’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다. 후세의 호사가들은 이를 토대로 ‘의자왕과 삼천궁녀’를 마치 사실인양 묘사했지만, 수많은 문인들은 이를 ‘단순한 문학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야한다’고 말한다.

부소산 고란사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보관 중인 백제금동대향로

백제금동대향로가 중국 유물?!

우리나라 국보 제287호 백제시대 백제금동대향로(이하 금동대향로)는 국내에서 발견된 금속 공예품 가운데 가장 높은 역사적·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지난 1993년 12월 12일, 능산리 고분군 관광객 주차장 공사 중 발견된 금동대향로는 1,000년 이상 땅 속에 묻혀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흙에 잠겨 산소가 차단된 덕분에 원형에 가까운 상태로 보존됐다. 전문가가 대략 추정한 ‘보험가액’이 최소 300억원 이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한바탕 큰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554년 관산성 전투 당시 성왕은 아들인 위덕왕과 백제군을 위문하고자 전장을 방문하던 중 신라군의 매복으로 전사했다. 이에 위덕왕은 아버지의 넋을 기리기 위해 사찰을 만들었는데, 바로 이 사찰 터에서 금동대향로가 발견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로 미뤄볼 때 금동대향로는 위덕왕이 아버지 성왕의 제사를 지낼 때 향을 꽂는 용도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유물을 어느 박물관에 보관할 것이냐를 두고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부여박물관의 신경전 또한 볼만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국가적 보물은 당연히 우리가 보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립부여박물관은 ‘이곳에서 발굴된 문화제이니만큼 고향에 머물러야한다’고 맞섰다.

결국 처음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금동대향로를 보관하다가 현재는 다시 부여국립박물관으로 이전을 마친 상태다. 즉,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금동대향로는 모조품인 것이다.

출토 당시의 백제금동대향로

금동대향로의 가치는 이웃나라 중국에서도 억지(?)를 부릴 정도로 매우 특별했다. 중국의 일부 역사학자들은 ‘금동대향로는 중국의 유물이다’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유물의 조형성이 수준 높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초기 연구단계 때는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유물로 추측된다는 주장이다.

대향로의 원형이 중국에서 유행하던 박산로(博山爐)라는 향로임에서 발전된 것은 분명하지만, 어디까지나 백제 고유의 문화와 기술로 만들어진 ‘신토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실제로 이후 연구 과정에서 금동대향로를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대장간 터가 발굴된 덕에 백제 유물이라는 공식 인증을 받기도 했다.

금동대향로의 경우처럼 부여는 땅을 팔 때마마다 유물과 유적이 나와, 함부로 도시를 개발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122년간 백제의 마지막 도읍으로 기능하던 옛 고읍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여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 부여 방문 시 빠지지 않고 들러야 할 곳이 바로 국립부여박물관이다. 금동대향로를 비롯해, 금동관음보살입상 등 다양한 백제의 유물들을 한자리에서 살필 수 있다.

국립부여박물관

궁남지의 연꽃 군락

부여 궁남지와 연꽃축제

7월경 부여에 가야하는 또 다른 이유, 바로 궁남지와 연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연못으로 기록된 궁남지는 백제의 별궁에 조성됐던 연못이다. 백제 무왕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며, <삼국사기>의 ‘궁궐 남쪽에 연못을 팠다’는 내용에 근거해 이름 붙여졌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궁남지는 무려 20여 리(5㎞)에 이르는 수로를 통해 물을 끌어들였다. 특히 조성 당시부터 조경에 크게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주위를 빙 둘러 흐드러진 버드나무를 심는가하면 아예 연못 한가운데에 ‘방장선산’을 상징하는 인공섬을 만들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현재는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당시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지만 못의 중앙부에 석축과 버드나무가 남아있어 과거에도 섬이 있었을 거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궁남지는 유독 연인들의 방문이 잦다. 신라 선화공주와 무왕(서동)의 ‘서동요 전설’이 깃든 곳이기 때문이다. <삼국유사>에는 ‘사비 시대 왕궁 남쪽 못가에는 궁궐에서 나와 혼자 사는 여인이 궁남지의 용과 교통해 아이를 낳았는데, 그가 바로 백제 제30대 왕인 무왕 장이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궁남지 연못 안에는 서동의 탄생설화가 전하는 ‘포룡정’이 있다. 어디까지나 설화에 가까운 내용이긴 하지만, 특별한 사랑을 꿈꾸는 연인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한 소재인 터다.

포룡정

국내 최고의 ‘연꽃 성지’라는 타이틀 또한 부여 궁남지의 또 다른 가치를 증명한다. 궁남지내 연꽃단지에는 희귀 연꽃인 오가하스연, 빅토리아연, 가시연을 비롯해서 홍련, 백련, 황금련, 수련, 물양귀비 등 20여 종의 연꽃이 매년 여름께 만발한다.

특히 7월 즈음 만개하는 연꽃을 주제로 한 ‘서동연꽃축제’는 관광객들에게 기분 좋은 힐링을 선사해줄 것이다.

문체부 지정 4년 연속 우수축제
‘부여서동연꽃축제’

지난해 코로나 사태 탓에 취소됐던 부여서동연꽃축제가 올해 새롭게 단장 중이다. 부여군은 철저한 방역과 온·오프라인 즐길거리를 준비해 올해는 차질 없이 축제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만송이 연꽃 빛의 정원’ ‘연지카누체험’ 등의 오프라인 프로그램부터 기존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대체할 흥미로운 온라인 프로그램까지, 축제는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한 즐길거리로 가득할 것이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의 경중에 따라 향후 개최 취소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으니, 아래 문의처로 꼭 확인 후 방문을 권한다.

축제기간 2021.07.10.~2021.07.18.
문의 041-830-2213
홈페이지 http://lotusfestival.kr
주소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궁남로 52
요금 무료

백제문화단지
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백제물로 455
문의 041-408-7274

궁남지
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궁남로 52
문의 041-830-2953

성흥산성(성흥산 사랑나무)
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임천면 군사리 산1-1
문의 041-830-2880

롯데부여리조트
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400
문의 041-939-1000

서동요테마파크
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충화면 충신로 616
문의 041-832-9913

부소산성
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부소로 31
문의 041-830-2884

구드래나루터
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나루터로 72
문의 041-835-4689
요금
성인(왕복) 7,000원 (편도) 5,000원
소아(왕복) 3,500원 (편도) 2,500원
백마강 일주코스(1인) 13,000원
운행시각 10명 이상 수시 출발

고란사&낙화암

<고란사>
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부소로 1-25
문의 041-835-2062

<낙화암>
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쌍북리 산4외
문의 041-830-2951

백제궁수라간
홈페이지 https://beakje.modoo.at/
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555
문의 041-837-1255

백제고을누룽지백숙
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정림로 96
문의 041-835-8353

하상원 기자
사진 각 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