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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프리즘]
국내 유일 푸드업사이클링 기업
‘리하베스트’

버려지는 음식물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국내 최초 푸드업사이클링을 실현한 ‘리하베스트(RE:harvest)’다. ESG 열풍과 함께 대체식품 시장이 커지는 요즘,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되는 리하베스트 민명준 대표를 만났다.

‘Upcycle(업사이클)’은 부산물, 폐자재와 같이 쓸모 없거나 버려지는 것들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완전히 새로운 부가가치를 갖은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플라스틱이나 종이가 아닌 음식도 업사이클링이 가능할까. 전 세계 푸드업사이클 협회(Upcycled Food Association)에 아시아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회원 기업이 있다. 바로 리하베스트(RE:harvest)다.

밀가루 덕후들의 희망, 리너지가루

리하베스트는 식품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업사이클하여 건강하고 착한 식품을 만드는 전문 회사다. 그 예로, 식혜와 맥주 제조에 사용된 보리 부산물을 수거해 살균, 건조, 분쇄하여 대체 밀가루인 ‘리너지가루’를 만든다. 리너지 가루로 시리얼, 피자, 과자, 제빵 등 다양한 식품을 만들 수 있어 밀가루의 완전한 대체품이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단백, 고식이섬유 제품을 출시하려면 다양한 첨가제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리너지 가루는 맥주, 식혜, 두부, 참기름, 들기름 등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몸에 좋지 않은 성분이 다 빠져나간 부산물을 원료화 했기 때문에 영양성분이 풍부한 장점이 있다. 게다가 대기업에서는 기존에 지불하던 막대한 환경부담 금을 크게 저감하고, 리하베스트는 강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으니, 푸드업사이클을 통해 일으킨 새로운 순환 경제라고 볼 수 있겠다.

리너지가루는 영양성분에서도 밀가루 대비 단백질은 2.4배, 식이섬유는 20배 높고, 칼로리는 10~30% 정도가 낮은 뛰어난 조건을 갖췄다. 이 때문에 건강을 챙기고, 친환경 제품을 소비하고 싶은 2030 여성 고객들에게 리너지가루 제품은 인기 만점이다.

리너지 가루로 생산한 제품들 (리너지 그래놀라, 쉐이크, 에너지바, 쫀드기)
리너지 쉐이크 제품. 가루 파우치에 물 혹은 우유 넣고 흔들어 마실 수 있는 간편식

컨설턴트 경력의 노하우 집약체, 리하베스트

리하베스트의 민명준 대표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민 3세대다. 민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다국적 컨설팅회사, 투자 회사 등에 다니며 F&B 분야의 전략 컨설턴트로 오래 일했다.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민 대표는 스타트업을 만든다면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이런 그의 생각 바탕엔 부모님의 ‘에코 페어런팅(eco parenting)’이 큰 역할을 했다. 어린 시절부터 환경을 보호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가르침 받았고, 많이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F&B 컨설턴트로 일하며 음식의 부산물이 골칫덩어리로 여겨졌다는 점에 착안해 리하베스트를 설립했다. 리하베스트는 그의 컨설턴트 경력의 노하우가 집약된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전직이 컨설턴트라는 점이 장점으로 여겨질 때도 믾았지만, 그만큼 투자자들과 주변 사람들의 선입견에 어려웠던 점도 많았다고 민 대표는 말한다. 2019년 8월에 리하베스트를 설립한 민 대표는 2년 6개월만에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글로벌시장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수의 스타트업이 고민하는 투자유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던 민 대표만의 비결이 궁금해 물었다.

초고속으로 투자유치를 받은 성공 비결

“먼저 운이 좋았고, 전략적인 계획과 판단 덕분”이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민 대표는 본인이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 방법론에 관해 이야기했다. 첫 번째는 불완전한 제품 여러 개를 만들어 하나의 시장에 출시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 방법은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여러 시장에 출시하는 방법이다. 리하베스트는 첫 번째 방법을 택했다. 두 번째 방법의 완벽한 제품은 만들기 어렵고, 진입 시장이 많아 투자 비용이 든다는 문제가 있다.

민 대표는 스타트업이라면 첫 번째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 제품을 다양하게 출시해 빠른 피드백으로 제품이 변화되고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스타트업의 성장성’이다. 성장성을 보여주는 것이 빠른 투자유치의 숨겨진 비밀이었다. 실제로 리하베스트는 지난 1년간 에너지바를 6번 업그레이드 했다. 2개월에 1번꼴로 시장의 피드백을 반영해 제품을 새롭게 출시한 것이다. 리하베스트의 성장 속도는 직원 수로도 체감이 된다. 2021년 6월에 8명이었던 직원이 2022년 2월엔 20명으로 늘었느니, 상당히 빠른 시간 안에 회사가 성장했다.

하나은행과 리하베스트의 인연도 사실은 투자자와 피투자자의 관계에서 시작됐다. 한남Club1에서 IR피칭 했던 민 대표는 당시 투자는 못 받았지만 정말 도음되는 피드백을 얻고 왔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하나은행은 저희가 세 번째로 찾아간 투자처였는데, 발표도 마음 편히 할 수 있도록 배려받았고 통찰력있는 조언들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과의 좋은 기억 덕분에 받은 투자금을 하나은행에 예치해두며 지금은 은행과 고객의 관계로 재정립됐다.

성공비결을 이야기하며 F&B분야로 창업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조언도 남겼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준은 높고 까다롭기로 세계에서도 유명하다. 프랑스나 미국보다 높다. 식약처의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을 생산, 유통하려면 예상외로 법률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와 계획이 성공의 지름길로 가는 척도라는 의미다.

무궁무진한 친환경 대체품의 세계

민 대표는 올해 대체 우유를 만들 수 있는 공장 설비를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체 우유는 참기름과 들기름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로 만들 수 있다. 맛은 오트밀 우유와 비슷하다. 우유는 밀가루 만큼이나 원재료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부차적인 상품들이 많다. 치즈, 요거트, 아이스크림, 버터 등 대체 우유로 제품을 생산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대체 식품의 소비자들은 사실 건강 때문이 아니라 친환경 가치를 위해 먹는 경우가 더 많다”고 민 대표는 말한다. 다양한 대체유제품 생산을 통해 경제적 가치창출 외에도 우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크게 저감 하는 등 환경적 가치 부분에서도 기여되는 바가 크다.

민 대표는 앞으로 다양한 부산물을 활용해 대체 식품의 마켓을 확장할 계획이다. 국내 푸드 업사이클링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로도 진출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도네시아에는 문화적 이유로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은데, 다수의 아이들이 단백질 결핍, 영양실조 등의 문제가 있다. 리하베스트의 리너지 가루, 대체 우유 등의 대체 식품이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원지연 기자
사진 임익순 기자 & 리하베스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