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ㅣ 유언대용신탁

[전문가 칼럼]
100년 행복을 위해
꼭 알아야 할 ‘신탁활용법’

지난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수가 처음으로 800만명을 돌파했다. 조만간 초고령사회가 될 것은 명확해 보인다. 더불어 기초수명 또한 계속 늘어간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은퇴 이후의 재무설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은퇴 ‘이전’과 ‘이후’의 자산관리는 당연히 달라야 한다. 은퇴 이전에는 자산관리가 자산을 축적하고 불려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은퇴 이후에는 삶 속의 다양한 리스크에 대비한 자산관리에 그 목적을 둬야 한다. 특히, 치매, 인지능력 저하 등의 관리가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다.

게다가 가족구성원 등의 관계를 고려해, 생전의 관리를 넘어 사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기존 금융상품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 ‘신탁’은 이런 상황에 매우 유용한 해결법을 제시해준다. 자산관리, 노후대비, 기업승계, 증여와 상속까지, 내 뜻대로 나와 가족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금융 vehicle인 것이다.

생활 속에서 신탁을 활용하는 방법을 몇 가지를 소개한다.

① 내 뜻 따라 ‘병원비’ ‘요양비’ ‘간병비’ 내주는 치매안심신탁

만 60~69세 어르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병으로 ‘치매’를 꼽는다(중앙치매센터, 2014년 기준). 현재도 치매 환자는 15분마다 1명씩 늘어나, 2030년에는 전체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치매안심신탁은 본인이 건강할 때에는 다른 금융상품과 큰 차이가 없다. 스스로 자산운용을 지시하고 목돈을 키워나가며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가능하다. 치매안심신탁의 진가는 건강이 악화돼 돌봄이 필요한 상태에 처하면서 나타난다. 질병으로 본인의 인지능력이 떨어지더라도 병원비, 간병비, 생활바 등이 적시에 잘 지급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의사소견서 등 객관적인 증빙서류에 의해 자금지급이 시작되고, 의료기관으로 바로 송금되기 때문에 자금도용에 대한 걱정도 안심이다.

② 미성년 자녀를 위한 신탁 및 장애인신탁

어린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신탁을 통해 ‘이혼 및 재혼 가정’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자녀가 미성년자이거나 특별보호가 필요한 경우, 신탁을 통해 안정적인 자금설계가 가능하다.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 생활비, 교육비 등 일정 필요액이 지급되다가, 일정 조건 충족 후 목돈을 받는 신탁계약은 자금통제력이 없는 자녀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자금설계가 될 수 있다. 특히 장애인신탁의 경우에는 일부 세제혜택이 주어지고, 장애인 본인의 의료비, 교육비, 생활비 등, 필요한 범위 내의 원금 인출도 가능하다.

③ 내 뜻에 따라 재산을 물려주는 유언대용신탁

신탁을 통해 원하는 대로 상속 대상과 내용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도 있다. 바로 유언대용신탁이다. 피상속자의 의지대로 투명한 자산관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상속절차도 말끔하게 해결가능 하다.

특히, 최근 “사망 시점 1년 이전에 금융회사가 운용하는 유언대용신탁에 맡긴 자산은 유류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온 이후 유언대용신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매우 높아졌다. ‘유류분’이란 고인(피상속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상속인들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뜻하는데,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재산을 특정 자녀에게 몰아주거나, 사회단체에 전액 기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인 것이다.

이처럼 신탁은 기존 금융상품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금융 대안이 될 수 있다. 나의 재산을 스스로 통제하고 가족의 행복을 설계하는 것은 더 이상 ‘자산가들의 자산설계’에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신탁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나은행 100년 행복연구센터
경은진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