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ㅣ 건강

[안전한 밥상]
“철마다 달라지는
우리집 밥상”
제철 음식의 가치 찾기

제철음식이 몸에 좋다는 말은 들어왔지만, 얼마나 더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더 맛있을까, 영양학적으로 가치가 더 있을지도 궁금하다.

맛·영양·환경까지 생각하는 ‘제철 음식’

농산물의 하우스 재배가 보편화한 요즘, 제철 식품의 의미가 과거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사시사철 각종 과일과 채소를 시기적 한정성 없이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제철 식재료에 관한 관심이 오히려 늘고 있다. 온전히 자신의 철에 맞춰 출시된 식품이 장점이 많다고 봐서다.

제철음식을 즐기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이익이다. 우선 저렴한 가격이 첫 번째 이점이다. 겨울철 귤 가격에서 알 수 있듯이 제철을 맞은 식품은 생산량이 많아 구매비용이 내려간다.

제철이 아닐 때와 제철일 때 먹는 식품은 맛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난다. 과일은 열매를 맺는 시기가 가장 잘 익어 맛도 가장 좋다. 생선은 알을 낳을 시기가 돼 살이 한창 올랐을 때 최고 맛있다. 요즘은 하우스 재배를 통해 계절에 상관없이 각종 과일·채소 등을 구할 수 있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라 제철에 나온 과일·채소가 더 맛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표적인 슈퍼푸드인 토마토를 예로 들어 보자. 토마토는 마트에서 1년 내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사실 토마토의 제철은 7∼9월이다. 토마토가 가장 맛있는 계절은 비옥한 땅에서 햇빛을 듬뿍 받고 자란 여름이다. 한겨울 하우스에서 재배된 토마토는 여름 토마토의 맛을 이길 수 없다. 흔히 토마토는 ‘태양의 맛’이라고도 한다.

제철 식품을 즐기면 그 계절에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듬뿍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계절에 따라 기온·강수량 변화가 크기 때문에 한국인은 환경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제철식품은 그 계절에 필수적인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예로, 여름 토마토는 충분한 햇빛을 받으며 항산화 성분인 ‘라이코펜’과 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타민’을 풍부하게 만들어내 다른 계절의 토마토보다 영양과 맛이 풍부해진다. 햇빛을 덜 받고 자란 토마토는 당연히 맛·영양·탄력이 떨어진다.

토마토 외에도 숙취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아스파라거스는 수확과 동시에 영양가가 급격히 떨어진다. 장기간 저장돼 다른 계절에 판매되거나 제철이 아닐 때 얻은 아스파라거스엔 숙취 해소 성분인 아스파라긴산(아미노산의 일종)이 적게 들어있다. 4~5월 제철에 많이 먹어두는 것이 유리하다.

제철음식은 철마다 잦은 질병과 신체적 고통에도 맞춤한 처방을 내려준다. 여름이 제철인 살구·복숭아·자두 등 핵과류엔 베타카로틴이 많이 들어있다. 베타카로틴은 여름철 일조량이 증가할 때, 태양의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을 막아준다. 또한 풍부한 당분이 더위에 지친 몸에 활기를 준다. 겨울이 제철인 귤에는 비타민C가 풍부하다. 비타민C는 겨울에 걸리기 쉬운 독감·감기 예방을 돕는 영양소다.

제철 로컬 푸드로 밥상 업그레이드

제철음식으로 밥상을 차리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살리는 일에 일조할 수 있다. 노지에서 재배한 제철음식은 운송비·온실·관개용수 비용을 아낄 수 있어 당연히 환경 보전에 유익하다. 안전과 신선도 면에서도 하우스 재배를 통한 채소·과일보다 노지에서 키운 제철음식이 더 나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로컬 푸드’로 제철음식을 챙기는 것도 추천한다. 로컬 푸드는 지역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장거리 수송과 다단계 유통을 거치지 않고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로컬 푸드를 즐겨 먹으면 푸드 마일리지(산지에서 생산된 식품이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할 때까지 이동한 거리)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의 배출량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로컬 푸드는 농업인에겐 경쟁력, 소비자에겐 안전·신뢰를 전할 수 있는 상생 구조를 갖추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인 슬로푸드 흐름에도 맞고, 지역 균등 발전, 경제 활성화, 먹거리의 안전에도 부합한다.

공급되는 거리를 줄임으로써 생기는 환경보전 효과도 있지만, 수확 이후 최단 시간에 식탁에 오르는 것이어서 맛과 영양도 한층 뛰어나다. 일부 지역 특산품을 제외하고는 푸드 마일리지가 가장 낮은 제철 식재료를 장바구니에 담아보려 하는 것이 어떨까.

제철음식 궁금하다면?

요즘 제철을 맞은 식품은 무엇일까?
농촌진흥청·해양수산부·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제철 식품을 매달 선정해 알려주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농사로 홈페이지에 들어가 ‘생활농업’ 카테고리에서 ‘음식’을 클릭하면 매달 이달의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농사로’에 따르면 8월, 제철 식재료는 고추, 풋콩, 들깨, 연근, 블루베리, 메밀, 고구마순, 복숭아, 대두, 우렁쉥이 등이다. 사이트에서는 이달의 식재료와 함께 식재료로 활용 가능한 요리법과 김치류, 수산물 등도 소개하고 있어, 철마다 건강하고 안전한 밥상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농사로와 마찬가지로 해양수산부 홈페이지나, 농식품정보누리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서 소개하는 제철 음식들을 하루에 하나씩만 먹어도 한 달이 금세 지나갈 것 같다. 특히 농식품정보누리는 건강한 식문화를 위한 나이별·질환별 맞춤 식단과 요리법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여름 대표 제철음식

감자

음식 이야기

남미의 페루 남부와 볼리비아 사이의 티티카카 호수 주변이 원산지로 추청된다. 동양에는 16세기경 네덜란드 상인들에 의해 중국에 전래된 것이 최초로 기록되어 있으며, 국내에는 1824년 북방유입설에 대한 기록이 최초다. 조선 순조 24년인 1824년 만주의 간도 지방으로 전래됐다.

영양성분 및 효능
수분 75%, 녹말 13~20%, 단백질 1.5~.2.6%, 무기질 0.6~1%, 환원당 0.03㎎, 비타민C 10~30㎎을 함유하고 있다.

  • 밀가루보다 더 많은 필수 아미노산 함유
  • 조리 시 대부분 파괴되는 다른 작물의 비타민C와 달리, 감자의 비타민C는 익혀도 쉽게 파괴되지 않음
  • 식물성 섬유인 펙틴이 함유돼, 변비에 특효
  • 염증 완화, 화상, 고열, 편도선염, 기관지염 등에 효과

TIP

  • 설탕으로 간을 하면 감자의 비타민B1이 감소한다
  • 감자 안의 칼륨이 소금이나 된장의 나트륨을 배출하기 때문에 소금이나 된장으로 간하는 것이 좋다
  • 잘 붓는 사람, 위궤양 환자 등에게 효과적이다
  • 글리코알칼로이드라는 독성 화합물을 유의한다. 싹이 돋는 부분에 성분이 있기 때문에 싹이 올라오면 씨눈을 깊이 도려내고 사용해야 한다
  • 흠집이 적고 눈이 얇으며 매끄러운 것, 무겁고 단단한 것을 고른다

뱀장어

음식 이야기
흔히 ‘민물장어’ ‘참장어’ 등으로 불린다. <동의보감>을 비롯해 <난호어목> <전어지> 등에 종종 등장한 우리 식재료다. 오랫동안 ‘스테미나’의 상징으로 불려왔다. 실제로 지방과 비타민A 등이 풍부해, 한국과 일본 등에서 복날 주로 섭취해왔다.

영양성분 및 효능
스테미나의 상징 답게 100g당 220~250㎉라는 높은 열량을 자랑한다. 탄수화물 0.3g, 단백질 14.4g, 지방 17.1g 등과 함께 오메가3 지방산, 비타민A, 뮤신 등을 함유하고 있다.

  • 자양강장과 활성산소 제거에 도움
  • 지방의 60% 이상이 혈관 건강을 돕는 불포화 지방산
  • 장어의 미끈미끈한 부분의 뮤코 단백질이 위장 점막을 보호
  • 비타민A(레티놀)가 일반 생선의 150배 정도 함유돼, 눈 건강, 감기 예방 등에 도움

TIP

  • 같은 제철음식인 복숭아와 함께 먹는 것을 삼간다. 서로 상극으로 설사를 유발한다
  • 장어의 피에는 이크티오헤모톡신이라는 독 성분이 있다. 하여 생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 평소 소화기가 약하고 자주 설사를 한다면 피한다
  • 생강채 깻잎과 궁합이 좋다

옥수수

음식 이야기
중앙아메리카 원산인 작물이다. 국내에는 16세기 중국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쌀이나 보리를 재배하지 못하는 산간 지대에서 식량 대용으로 많이 재배했다. 국내에서는 예부터 재래종 형태의 찰옥수수를 주로 재배하면서 입맛이 찰옥수수에 익숙해져 있어, 단옥수수보다 찰옥수수를 선호한다.

영양성분 및 효능
비타민B1, B2, E와 칼륨, 철분 등의 무기질과 식이섬유가 다량 함유돼 있다. 열량과 소화율은 쌀이나 보리에 뒤떨어지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라이신, 트립토판과 같은 필수 아미노산의 양이 부족하다.

  • 씨눈에 리놀레산이 풍부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
  • 다량 함유된 무기질과 식이섬유로 다이어트와 변비 예방 효과
  • 옥수수수염 추출물의 메이신 계통 물질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

TIP

  • 라이신이 풍부한 콩, 트립토판이 풍부한 우유, 고기, 달갈 등의 단백질 함량이 높은 재료와 함께 섭취하면 좋다
  • 옥수수수염차는 이뇨작용과 부기를 빼주는 기능이 있다
  • 먹기 직전 껍질을 벗기고 손질한다. 옥수수는 영양손실이 빠르다
  • 배아 부분에 영양이 집중되어 있어서 가급적 손으로 알맹이를 떼내는 것이 좋다
  • 쪄먹을 때 속껍질을 2~3장 정도 남겨 찌면 특유의 풍미가 더 좋다

전복

음식 이야기
여름이 제철인 전복은 ‘바다의 산삼’이라 불리는 여름철 대표 보양식이다. 순우리말로 ‘귀조개’라고 말하기도 한다. 갈조류(미역, 다시마 등)을 주먹이로 하기 때문에 최근엔 미역, 다시마 양식 어민들에게는 골칫덩이이지만, 과거부터 동아시아 국가 어디에서든 귀한 식재료로 여겨 왔다.

영양성분 및 효능
저지방(지방 함량 1% 미만), 고단백(13~15%) 식품이다. 특히 타우린·아르기닌·메티오닌·시스테인 등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다양하게 함유돼 있다.

  • 대표적인 고단백 저칼로리 식재료로 다이어트에 효과
  • 타우린 성분으로 간기능 강화
  • 비타민E의 60배 항산화 효과가 있는 셀레늄이 함유돼 노화 방지 및 면역력 증진 효과
  • 콘드로이틴 성분이 함유돼 관절통의 예방 및 완화에 효과

TIP

  • 이물질과 세균이 있을 수 있으니 전복의 이빨을 반드시 분리한다
  • 봄철 전복은 내장에 독이 있을 수 있다. 여름철 제철 전복이 안전하다
  • 뒤집었을 때 살을 오므리고 있는 것을 고른다

출처: 농사로

※ 연중 제철음식이 더 궁금하다면, 농사로 사이트 참고

박태균 식품전문 기자
ㆍ공중보건학 박사ㆍ수의사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식품전문기자를 역임했다.
현재 (사)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회장,
한국영양학회 특별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