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ㅣ 건강

[이심전심과 동상이몽]
당신과 나,
‘아름다운 거리’ 만들기

세상만사가 당연히 내 맘 같지 않다는 것을 성인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내가 사랑하는 대상과의 관계에서는 그 진리를 잊곤 한다. 그래서 그도 내 맘 같기를 바라고 아닐 때는 보채며 ‘나’를 내세운다.

‘당신과 나 사이의 아름다운 거리’는 보채지 않고 기다리는 것, 인내하는 것을 말한다. 관계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식물에게도 필요한 ‘기다림’

식물 키우는 것에 관심이 많은 남편 덕에 우리 집엔 식물이 많은 편이다. 물론 나도 집안에 싱그러운 초록이 가득한 것을 좋아하지만, 솔직히 사들이는 만큼 키우는 것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 후 어느 날, 미세먼지에도 좋고 키우기도 쉽다 하기에 작은 테이블야자 하나를 구입했다. 한 일 년 잘 자라는 듯 보이더니, 이유도 알 수 없이 시들어 볼품없이 말라갔다.

방 안을 초록으로 가득 채우던 화분이 시들기 시작하면 그렇게 눈에 거슬릴 수가 없다. 그만 버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쯤 남편이 회사로 화분을 들고 가 일 년쯤 지난 어느 봄날 다시 싱싱하게 살아난 테이블야자를 들고 귀가했다.

후에 알게 된 남편의 비밀은 ‘관심’과 ‘기다림’이었다. 식물도 좋아하는 환경이 하나같이 다르니,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보고 지켜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성격이 급한 나는 그 순간을 기다리지 못했고, 테이블야자 화분에 독이 됐던 것이다. 물론 ‘기다림’이 식물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내 아이 위한 현명한 훈육법은?

주말 저녁이면 아이들의 미소로 가득한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즐겨 본다. 프로그램 중 한 장면이 인상 깊었다. 방송인 샘 해밍턴이 두 아들의 협동심과 창의력을 기르고자 독에 뻥튀기를 가득 채워줄 것을 부탁한 후 두 아이만 남겨두고 방을 나섰다. 그런데 그 독은 밑이 깨진 독이었다.

아이들은 한참을 어수선하게 움직이며 독이 아닌 방을 온통 뻥튀기로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아빠가 내주고 간 숙제를 하는 것인지, 장난을 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밖에서 몰래 지켜보는 아빠는 불안하지만 그대로 기다렸고, 결국 아이들은 아빠의 숙제를 해결해내고 만다.

입구를 바닥으로 엎어 위아래를 바꿔버리고는 독의 깨진 부분을 통해 뻥튀기를 채워낸 것이다. 부모가 불안하거나 답답한 순간을 참지 못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 혼내거나 나머지 과정을 먼저 알려줬다면 아이들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쳤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다림’의 힘이다.

사랑한다면 기다려라!

반려동물에 관련한 프로그램이 점점 늘고 있는 요즘, 한 프로그램에 성대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너무 짖어 고민인 예민한 반려견이 등장했다. 문제가 있는 반려동물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훈련에서 먼저 대개 자신이 제압당하는 상황을 겪는다. 긴장된 상황을 견뎌본 적이 없는 반려견은 십중팔구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반려견 행동조련 전문가 강형욱 씨는 반려동물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주인이 마음이 약해지지 않고 견뎌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려동물이 훈련과정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지 않으면 문제 행동을 고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식물을 키울 때도, 아이를 교육할 때도, 반려동물을 훈련시킬 때도 사랑하는 대상이 잘 되길 바란다면 그 해답은 바로 ‘기다림’에 있다.

‘기다림’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거리

위 사례들처럼 답 없는 많은 순간을 해결해주는 좋은 해답이 ‘기다림’일 때가 많다. 가족, 직장동료,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다툼에도 첫 번째는 잠시 멈추고 기다리는 것이다. 욱하고 올라오는 감정을 화로 표현하기 전에 화를 내서 후회하지 않을지,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을지를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의도와 생각, 감정을 스스로 분명하게 인식할 시간을 갖지 않으면 공격이나 질책, 통제와 무시의 4종 세트로 상대방에게 발사될 수 있다.

다툼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기다리고 ‘아름다운 거리’를 갖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과했다고 일순간에 모든 어색함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머쓱해진 상대가 본래의 정상온도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미안하다는데 표정이 왜 그러는 것이냐며 다그치다가는 오히려 상황이 나빠지기 마련이다. 오히려 강도가 더 깊어진 2차전으로 돌입할 수 있다.

소통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경청’도 기다림의 일부다. 내가 당장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이 있지만 상대방에게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다. 잘 듣는 시간을 통해 상대를 생각하는 깊이가 깊어질 수 있다. 기다림은 상대에 대한 관심과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굿커뮤니케이션 박혜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