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ank | 아트투자

[전시리뷰]
아트 바젤 인 홍콩 리뷰

하나은행과 파라아트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홍콩 아트위크 주간에 맞춰 아트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투어는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총 4일의 일정으로 구성됐으며, 아시아 최대 미술시장인 홍콩 아트바젤을 중점적으로 방문해 현장의 흐름과 경황을 살펴봤다.

지난 3월 21일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는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이 열렸다. 중국 정부의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의 귀환에 많은 관심과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 무색하게도, 프리뷰 공개와 함께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들이 족족 판매되며 금융 허브로써 재개를 과시하는 듯했다.

이러한 홍콩의 변화 속 올해는 총 32개국 177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이는 작년 팬데믹의 대안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뷰잉룸’의 참여 갤러리 134개에 비해 전년 대비 24% 상승한 참여율로 나타났으며,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술 거래 시장으로서의 위치를 재확인하는 듯 보였다. 그럼에도 갤러리들의 참여 규모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보다 여전히 27%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는 홍콩 경제 회복의 신호탄 속 엇갈리는 시장 전망을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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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우저앤워스에서 선보이는 미국의 개념미술가 라시드 존슨의 전시전경
작가는 예술 역사, 문화적 정체성, 그리고 개인적 이야기들을 문학과 물질성에 투영하여 담아낸다

# 본토 컬렉터에 점령당한 홍콩 미술시장의 전망

세계 미술계에서는 아트바젤 홍콩의 달라진 행보에 유난히 주목하는 듯한 경향이 돋보였는데,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건 서양 미술계의 움직임이었다 — 중국 정부로부터 홍콩 민주화 탄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행사장 내 분위기는 이를 의식한 듯, 과거 행사의 주축을 이루던 서구권 컬렉터 및 관계자들의 유입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며 단조롭고 이색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번 행사는 흥행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상당수의 서구 중견 갤러리들과 서양 스타 컬렉터들이 대거 불참을 선언했고, 흥행성 이벤트들도 대폭 축소됐다. 동시에 팬데믹의 여파로 홍콩을 떠난 외국계 기업과 금융사의 부재가 맞물리며 서방 국가 컬렉터들의 소비 동향이 현저히 비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전체 방문자의 40%가 중국 본토의 컬렉터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해 권위적 금융 기관인 UBS와 바젤이 협력해 진행한 ‘세계 컬렉팅 조사 2022 (A Survey of Global Collecting in 2022)’를 통해 그들의 구매력이 미술품 판매에 큰 영향을 행사할 것으로 이미 예측된 바가 있다 —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모든 시장에서 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중국 본토와 홍콩은 프랑스 다음으로 가장 높은 소비력을 띄는 것으로 통계가 나왔다. 더불어, 온라인 예술품 구매 선호도에서 가장 낮은 수용도를 보임이 더해져 행사장 내 중국 본토 큰손들의 활약이 기대됐다.

영국의 메이저 갤러리인 화이트큐브의 관계자에 따르면 “동양권 컬렉터들의 구매 비율은 압도적이었으며 팬데믹에 닫혀 소비가 제한됐던 중국 본토 큰손들의 구매력이 도드라졌다”라고 입을 모았다. 작품 30개 판매 기준 대략 오백만 파운드(한화 80억)의 수익을 내며 아트바젤 홍콩의 건재함 유지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한국, 일본,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시아권 등지의 컬렉터들이 지갑을 열며 색다른 영향력을 과시해 이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자아냈는데, 이는 향후 미술시장의 흐름에 주목할만한 핵심 요소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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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 뮤지엄 내 전시되어있는 NFT의 선구자 비플의 첫 실물 작품, ‘휴먼 원(HUMAN ONE)’
첫 신작이 117억원에 판매돼 행사장내 기록적인 가격으로 화제를 모았다

# 1조 원의 매출의 아트바젤의 귀환… 떠오르는 한국 중견작가

개막전 일부에서는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로 인한 우려 때문인지 전시장 내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대작들의 출품 규모가 비교적 작아진 것으로 집계되어 홍콩의 위상 유지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이 무색하게도 프리뷰 당일부터 거래가 쏟아지며, 전시장은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차지하려는 중국 본토 큰손들의 움직임으로 가득 채워졌다.

닷새간 총규모 1조 원의 화려한 매출을 달성해 화제가 됐는데, 이는 위축됐던 홍콩 미술시장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다시 한번 강화하는 데 있어 입지를 다지는 듯 해 보였다.

프리뷰 첫날 일본 기반의 오타 파인아츠는 쿠사마 야오이의 노란 호박 조각을 350만 달러 (46억)에, 스위스의 하우저앤워스는 마크 브래드포드의 대형 추상화 ‘A Straight Line’를 350만 달러 (46억)에 판매했고, 이튿날인 22일 조지 콘도의 추상화 ‘Purple Compression’를 475만 달러 (62억), 로니 혼의 유리 조각을 175만 달러(23억) 각각 프라이빗 컬렉션과 뮤지엄에 판매하여 쾌재를 이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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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행사장내 판매된 카타리나 그로세의 강렬한 페인팅, ’Untitled’
강렬하고 볼드한 색감이 특징이며, 작가는 현재 가고시안에서 개인전을 하고있다

또한, 미국의 데비이드 즈위너 갤러리는 엘리자베스 페이튼이 그린 초상화 ‘Truffaut’을 220만 달러(29억)에, 글래드스톤은 알렉스 카츠의 회화 두 점을 각각 130만 달러(17억), 120만 달러(16억)에 판매 했으며, LGDR은 NFT의 선구자 비플의 키네틱 비디오 조각 ’S.2122’를 900만 달러(118억)에 판매해 행사장 내 높은 판매가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아시아권 갤러리들의 행사 참여가 눈에 띄게 확장된 추세였는데, 국내 작가와 갤러리들의 활약도 단연 돋보였다. 국내 갤러리 12개가 역대 최대 규모로 참여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선보였으며 프리뷰 당일부터 높은 판매율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확인하기도 했다.

국제 갤러리에서는 박서보와 하종현의 신작, 양혜규의 조각, 그리고 고 이승조 화백이 회화 등을 출품하여 월등히 높은 성과를 얻었고, 조현갤러리는 이배의 거대 숯 회화를 중심으로 부스를 구성해 대부분의 작품들이 판매되는 성공적인 실적을 내기도 했다. 이를 이어, 학고재는 판잣집 시리즈로 비상하는 정영주 작가의 한지 부조 회화를 전략적으로 내세우며 출품작을 완판하는 강세를 보였다.

그 외에도 프랑스의 메노어는 이우환의 ‘Dialogue’를 109만 달러(14억)에 판매하는 쾌거를 이뤘고, 미국의 페이스 갤러리는 PKM과 협력하에 한국의 1세대 추상미술의 대가 유영국을 전속 작가로 지원하는 등, 많은 국내외 갤러리에서도 국내 작가의 선전도 볼 수 있었다.

국내 중견 작가들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해를 거듭할수록 상승하고 있다. 이는 세계 정상급 갤러리들의 한국 작가들을 향한 적극적 관심을 볼 수 있는 포인트이며, 나아가 향후 해외 갤러리들이 국내 신진작가 발굴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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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페레스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오스틴 리의 신작, ‘Dancers,2023’
그래픽 이미지와 같은 추상적인 피규어의 등장과 비비드한 색감이 독보적이다
그는 디지털화한 이미지를 전통적인 미디어와 융합해 작업에 담는다

# 아시아 최대 미술시장의 중심축 위 나란히 선 홍콩과 서울

25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아트바젤 홍콩은 지난 5일간 약 86,000명의 방문객, 컬렉터, 애호가들이 찾았으며, 판매 실적을 통해 팬데믹 이전의 활기를 되찾은 듯 보였다. 그러나 홍콩 사법부의 자율성을 축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3,000만 달러(390억)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자산가들이 홍콩을 떠나는, 홍콩 ‘엑소더스’ 현상의 파장은 행사장에 뚜렷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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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형 설치작품 14점으로 구성된 ‘인카운터스’섹션내 설치된 김홍석 작가의 ‘침묵의 고독’
그는 잠을 주제로 현대사회 속 인간의 사적인 영역과 위치를 탐구하며 관객들에 질문한다

과거 행사장을 점령하던 초고액자산가들의 부재를 반영하듯 이번 출품작들은 중국 본토 컬렉터들을 겨냥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대체적으로 사상이나 사회적 문제의식을 묘사하는 동시대적 작품들이 자취를 감추었으며 대체로 중국 정부의 검열에 제지 받지 않는 정체성이 뚜렷한 작품들로 출품됐다.

아트바젤 홍콩 측은 “행사 진행에 있어 당국의 검열과 통제가 존재하지 않았음”을 언급했다. 그러나 일부 갤러리 관계자 말에 따르면 “참여 작가 명단 및 작품 정보가 사전등록으로 관련 기관에 반드시 명시되어야 했으며 위반 시 전시에 제재가 있었다고 한다”, 이는 중국정부의 통제가 있었음을 사실상 암시하며, 중국화 가속의 움직임이 향후 더 확산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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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필립스 경매사에서 마주한 케서린 번하드의 ‘Virus Summer’
국내에선 나이키 협업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작품 속 밝은 채도의 색감이 주요적이며 일상 속 사물 및 캐릭터가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와 같은 강권 통치 속에도 홍콩을 아시아의 최대 문화 도시로 확장하려는 신호를 보이기도 했다. 본 아트바젤 홍콩의 흥행에는 지난 2021년 홍콩 최대의 현대미술관으로 문을 연 M+ 뮤지엄의 개관도 한몫한 것으로 보여진다. 홍콩 서주룽문화지구에 자리잡은 M+ 뮤지엄은 영국의 테이트모던, 프랑스의 폼피두 센터의 명맥을 이을 아시아 최대 현대미술관으로서, 중앙정부의 엄격한 방역 조치 해제 이후 홍콩 아트위크에 맞춰 민간에 개방됐다.

이러한 흐름은 중국의 강경한 검열로부터 홍콩 당국을 향한 유화적인 제스처로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향후 지속 여부에 대한 확실성은 미지수이다. 이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술 시장인 홍콩의 지속성과 행보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주요한 부분이며,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첫 장을 열어 해외 예술시장에서 신흥강자로 떠오른 ‘프리즈 서울’의 자유로운 분위기와는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축이 되기 위한 경쟁 속, ‘프리즈 서울’ 및 싱가폴, 대만 등 새로운 아트허브 출현과 홍콩의 불안정한 정세가 맞물려 일부 갤러리들은 금번 행사의 불참을 알리기도 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부재는 영국의 리썬 갤러리, 베를린의 스푸르스 마거스, 그리고 미국 기반의 폴라 쿠퍼 갤러리 등 세계적인 메가급 갤러리의 불참 소식이었다. 즉, 글로벌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서울’의 존재감이 기대되는 것으로 전망된다.

팬데믹 이후 성공적 재개를 이룬 아트바젤 홍콩은 중국 정부의 사상적 제재를 반영한 결과였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추적 위치를 놓고 예술 중심지로서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관건으로 예측된다. 본 행사는 본적격인 홍콩의 변화 속 세계 갤러리들의 움직임으로부터 국내 작가들의 강세를 다시한번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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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 뮤지엄에서 대대적으로 진행 중인 쿠사마 야오이의 회고전 전경 (1)
아트바젤 행사장내 쿠사마의 노란 호박 조각이 350만 달러 (46억)에 팔려 시선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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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 뮤지엄에서 대대적으로 진행 중인 쿠사마 야오이의 회고전 전경 (2)

덧붙여, 세계 미술시장 속 여성작가에 대한 관심도 주목된다. 행사장 내에서도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 여성 작가들이 각광받는 가운데, M+ 뮤지엄에서는 쿠사마 야오이의 회고전 및 세계적인 미디어 작가 피피로티 리스트의 작품을 외관에 상영해 홍콩 아트위크 중 하이라이트로 꼽히기도 했다.

이번 홍콩 아트투어를 기획한 파라아트는 하나은행 고객들과 함께, 아트바젤 이외에도, 크리스티, 필립스 등 주요 미술품 경매사의 특별 이벤트와 하우저앤워스, 가고시안, 데이빗 즈위너, M+ 등의 메가급 갤러리 및 뮤지엄들을 방문해 주요 디렉터들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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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필립스 경매사에서 판매되고있는 헤르난 바스의 대작, ’The hillsides must not know it’을
관람하는 방문객들. 작품은 약 825만 홍콩달러(13억)에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행사장을 방문해 어떤 취향의 작품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경험을 통해 미술시장의 흐름을 분석하는 것은 아트컬렉션을 시작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의미로 현장방문은 컬렉팅에 대한 접근과 미술시장의 소식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교류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소통의 창구다. 파라아트는 하나은행과 업무 협약을 체결한 자문회사이다. 파라아트는 아트 컨설팅 기업으로서 기업 및 고객들에 1:1 맞춤 어드바이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미술시장에 연계된 체계적인 교육 및 국제적 교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자세한 정보는 www.paraart.net 에서 확인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