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원큐

18세기 중반 프랑스의 지성인과 예술가가 한데 모여 토론을 펼치고 지식을 나누던 사교 집회를 뜻하는 ‘살롱 문화’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취향과 관심을 공유하는 살롱 문화가 궁금하다면 주목해보자.

프랑스 문화에서 살롱이 차지하는 위치와 비중은 매우 크다. 단순한 사교장이나 오락장 정도가 아니라 남녀와 신분의 벽을 깬 대화와 토론의 장이었으며, 문학 공간으로서 문화와 지성의 산실이자 중개소 같은 역할을 했다. 살롱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교양과 재치를 겸비하고 있었으며, 모두 평등한 관계 속에서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며 교제했다.

현대판 살롱이 부활하고 있다. 18세기 프랑스 살롱이나 1920년대 근대 한국의 다방처럼, 오프라인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토론과 대화를 하는 모임이 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살롱은 취향을 공통분모로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갖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책이나 음악 등이 주요 콘텐츠로 떠오르지만 인테리어, 요리, 인문학, 글쓰기, 영화 등 모임의 주제도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다.

오프라인 만남이 원칙이지만 모임 전에는 온라인에서 활동도 중요하다. 온라인에서 얼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친해지는 예열 과정을 거치면 실제로 만났을 때 어색함도 덜하고, 아이스 브레이킹 타임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살롱에서 관련 주제로 대화를 하고 생각과 경험을 나누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취향이 같은 사람들과 교류한다. 즉 새로운 관계 맺기를 통해 탄생한 취향의 공동체인 셈이다.

살롱에서는 취향을 기반으로 세분화된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 취향만 맞으면 처음 보는 사람과의 대화도 어렵지 않다. 살롱을 통한 관계는 저절로 맺어지는 관계와 달리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맺은 관계로, 가벼운 취향을 위주로 한다. 서로를 속박하고 책임과 의무를 가지는 관계가 아닌 마음과 취향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돌아설 수 있는 느슨한 연대인 것이다.

얼굴을 마주하는 사이지만 익명성을 보장받기 때문에 살롱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어디에서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나를 잘 아는 사람보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 느껴지는 묘한 안도감을 살롱에서는 느낄 수 있다. 21세기 살롱의 마담은 누구나 될 수 있다.

모임을 이끄는 호스트가 각종 SNS에 모임 공지를 올리면 누구나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오프라인으로 옮겨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정해진 공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같은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한 이들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든 ‘소셜 살롱’이 될 수 있다. 가령 ‘문토’와 ‘트레바리’는 공간이 아닌 콘텐츠를 중심으로 형성된 소셜 살롱이다.

살롱은 주로 회원제로 운영한다. 회비는 월 1만 원부터 분기별 5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바쁜 현대인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가 남지 않음에도 살롱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경험과 가치를 살 수 있기 때문. 술을 마시거나 쇼핑을 하는 물질 소비보다 취향이 맞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중문화 평론가 차우진이 운영하는 커뮤니티. 모임은 온라인으로 운영하는 ‘멤버십 토크’ ‘북 토크’ 그리고 오프라인 모임의 ‘무비 토크’로 나뉜다. 멤버십 토크의 경우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관련된 해외 아티클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북 토크는 월 1회 진행되며 인문, 경제·경영, 사회과학 분야의 책을 각자 읽고 멤버십 전용 팀 채팅 방에서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매달 두 번, 토요일 오후 2시에 모이는 무비 토크에서는 미리 보고 온 영화에 대한 느낀 점을 공유한다.
문의: maily.so/draft.briefing/
posts/8c217c6e

연남동 바 ‘아날로그 하우스’가 운영하는 정기 모임. ‘나다운 삶’을 꿈꾸는 이들이 모여 술과 인문학 그리고 대화를 즐긴다. 모임은 2주에 한 번씩, 네 번의 만남을 갖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나를 탐구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 ‘음주 사색’, 나만의 사랑법을 탐구하는 ‘사랑의 이해’와 같은 정기 모임 및 원데이 모임을 진행한다. 각 주제의 모임은 날짜에 따라 2~3팀으로 나뉘니 자신의 스케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문의: @analog._.house

2020년 ‘넷플릭스 혼자 보는 당신을 위한 커뮤니티’로 시작해 현재는 OTT는 물론 콘텐츠를 함께 향유하는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석 달간 네 번의 정기 모임을 갖는 멤버십으로 운영하며 주제는 영화, 요리, 와인, 글쓰기 등으로 다양하다. 각 모임은 주제별 알맞은 전문가를 모임장으로 배치하고 주제를 중심으로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정기 모임 외에도 정기 모임 멤버라면 누구나 직접 개최하고 참여할 수 있는 ‘소모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 클래스, 액티비티 커뮤니티인 ‘이벤트’ 채널도 별도로 운영 중이다.
문의: @netflix_sal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