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많아질수록
더 조심해야 합니다
2026.10.12
진료실에서 어르신들께 복용 중인 약을 여쭤보면, “집에 가서 약 봉투를 봐야 알아요”라고 답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여러 병원을 다니다 보면 어느새 약 봉투가 하나둘 늘어나고, 어떤 약을 왜 먹는지,
언제부터 복용했는지 기억하기 어려워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노년기에 약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심장질환처럼 여러 만성 질환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약의 개수 자체보다, 그 약들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에 있습니다.
나이 탓으로 넘기기 쉽습니다
여러 진료과에서 각각 처방을 받다 보면 비슷한 성분의 약이 중복되거나, 서로 영향을 주는 약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어지럼증이나 졸림이 나타나고, 균형감각이 떨어져 낙상의 위험이 커지기도 합니다. 식욕 저하, 변비, 입마름, 기억력 저하와 같은 증상도 약물의 영향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흔히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새로운 질병이 아니라 약물 부작용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노년기에는 약을 잘 먹는 것만큼이나 잘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스로 판단하지 마세요
정기적으로 현재 복용 중인 약을 모두 확인하고, 새로운 증상이 생겼을 때는 병의 진행뿐 아니라 약의 영향도 함께 살펴보아야 합니다. 병원을 방문할 때 복용 중인 약 목록이나 약 봉투를 함께 가져오는 습관은 의사가 더 안전한 처방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약을 줄이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약까지 임의로 중단하면 오히려 질병이 악화되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래전에 시작한 약을 특별한 점검 없이 계속 복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여 꼭 필요한 약은 유지하고, 불필요하거나 중복된 약은 조정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보호자와 가족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약 목록을 함께 정리하고, 복용 시간과 방법을 확인하며, 평소와 다른 이상 반응이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어르신의 안전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노년기의 약은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지키는 소중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약이 많아질수록 필요한 것은 불안이 아니라 차분한 관리와 의료진과의 꾸준한
소통입니다. 약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습관은 건강한 노년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치료 가운데 하나입니다.
글. 김태균 원장
티케이 정형외과
편집. 조고은 수석연구원
하나금융연구소 하나더넥스트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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