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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감기 우울증,
혹시 나도?

겉으론 아무 문제 없어 보이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유 모를 슬픔과 무기력감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다. 우울증은 누구나 흔하게 걸릴 수 있지만 방치할 경우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

우울증이 일시적 감정기복이라구요?

늘 밝은 모습을 보이는 연예인들도 우울증을 고백해 충격을 안겼다. 방송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의사 여에스더는 30년 간이나 우울증을 앓으며 입원과 전기 충격 요법까지 했다고 고백했다. 우울증은 감기만큼이나 흔한 질병이지만 자신감과 활동력, 삶의 의욕마저 앗아가는 무척 심각한 병이다.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저하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모든 생활이 일정 기간 우울한 기분으로 덮여 있어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있어 장애를 유발하게 되는 일종의 ‘뇌의 기능장애’라고 볼 수 있다. 심리적, 신체적, 사회적의 여러 가지의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우울증을 일으킨다. 별 이유 없이 주기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으며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라도 걸릴 수 있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기뻐하는 능력도 잃게 된다. 그렇다고 슬픔만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우울증은 슬퍼하는 능력마저 앗아간다. 인간관계를 유지할 능력을 앗아가며, 접촉을 갈망하면서도 타인을 밀어내고 고립된 삶으로 빠져든다. 증세가 심해지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가 힘들어지며 때로는 자살로 끝을 맺는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약이 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교감과 이해라고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심리 치료, 약물 치료 등이 우울증 치료에 중요한 요소가 되지만 병에 대한 적절한 인식 부족으로 적절한 치료법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들면 겪는 흔한 증상? NO!
치료가 필요한 갱년기 우울증

중년 여성의 경우 폐경을 겪으며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겪기 때문에 더욱 예민해지고 몸과 마음이 쇠약해 진다. 남성의 경우 직장의 은퇴시기에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아빠의 권위가 흔들려 점점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생각 때문에 억울함과 울화가 쌓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태가 장기화되면 결국 모든 일에 흥미를 잃거나 잘 웃지도 않게 되고 모든 일에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극심한 갱년기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갱년기 우울증에 걸리면 스스로 감정을 제어할 수 없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는 증상을 보이며 체력 저하, 불면, 가슴 두근거림, 열감 등 신체적인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보통 1~2년 정도 후에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경향을 보이지만 심할 경우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도 있기에 세심한 관찰과 빠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갱년기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과 다르게 갱년기 증상에 따른 신체 증상이 동반된다. 호르몬 변화가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쳐 인지 증상도 나타난다. 갱년기의 호르몬 변화는 전두엽과 선조체라는 뇌의 부위를 연결하는 부위에 과부하를 유발해 제 기능을 못하게 만든다. 이에 따라 갱년기 우울증에는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기억력 감퇴 같은 인지 능력 이상 증상을 동반한다. 또한, 나이를 먹을수록 자기감정을 억제하는데 익숙해지는데, 우울증으로 생기는 감정을 억제하면서 몸에 곳곳에서 엉뚱한 증상이 나타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질병을 일으키는 원리와 비슷하다. 감정 작용은 전기적 작용과 화학적 물질, 호르몬을 방출한다. 그런데 감정을 억제하면 이런 신체 활동을 막아 몸의 방어 기능까지 망가뜨린다.

갱년기 우울증에는 잘 먹고 잘 자며 충분히 쉬는 게 제일 중요하다. 현재 갱년기를 겪고 있을 베이비부머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더 쉬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잘 쉬어야 갱년기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다.

그럼에도 증상이 심하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갱년기 우울증을 겪는 사람 대부분은 나이가 들면서 겪는 어쩔 수 없는 기분 변화라고 느끼고 방치한다. 그런데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놔두면 증상이 오래 지속돼 타인과의 관계를 위협할 수 있다.

머릿속 비구름 일러스트
우울한 감정에 빠진 당신이 지금 바로 실천할 것!

1 스마트폰 손에서 내려놓기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이 많을수록 우울감을 느낄 확률이 높다고 한다. 연구팀이 대학생 135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설문과 면담을 진행한 결과,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긴 상위 30% 학생이 하위 30% 학생보다 우울감, 외로움, 분노조절 장애 등을 50% 이상 더 많이 느꼈다. 스마트폰을 통한 의사소통은 일방적이고 직설적이기 때문에 우울감과 외로움을 증폭시킨다. 또한, 몸은 계속 활성화된 상태를 유지하고, 쉬거나 재정비할 시간이 없어져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커진다.

2 햇볕 보는 시간 늘리기
햇볕을 충분히 쬐지 못하면 멜라토닌과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세로토닌은 일명 행복 호르몬으로 즐거운 감정을 느끼게 하는 엔도르핀을 만든다. 햇볕은 세로토닌 생성에 중요 역할을 하는데, 실내에만 있으면 햇볕을 쬐지 못해 세로토닌 분비량이 자연스레 줄어든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량은 늘어 몸의 상태가 다운되고,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이나 동절기에 우울감이 심해지는 것 역시 일조량이 줄어든 탓이다. 날씨가 추워도 계속 실내에 있기보다는 짧은 시간이라도 밖을 나가 햇볕을 쫴야 한다.

3 충분한 수면은 필수
수면 부족은 만병의 근원으로도 불린다. 잠이 부족하면 우울증, 불안장애로 이어지기 쉽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10년간 한국 성인의 수면 특성 변화와 우울증 간의 연관성을 확인한 결과, 수면 시간이 5시간 미만이면 7~8시간 수면한 삶에 비해 우울증 위험이 최대 3.7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수면은 신체·정신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특히 만성적인 수면부족은 우울과 불안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대사질환, 뇌졸중, 치매 등 여러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불면증을 치료하고, 7~8시간의 적정 수면 시간을 지켜야 한다.

4 식단에 슈퍼푸드 추가하기
우울감은 세로토닌 농도가 올라가면 개선될 수 있다. 단백질은 세로토닌 농도를 높여주는 트립토판이라는 물질을 만든다. 또한, 몸속 효소를 구성하기 때문에 단백질이 부족하면 체내 대사기능이 떨어져 더 우울해질 수 있다.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은 두부와 같은 식물 단백질을 골고루 섭취하는 게 좋다. 비타민, 무기질 역시 세로토닌을 만드는 중간 역할을 하므로 각종 채소와 과일을 통해 보충하도록 한다.

5 규칙적인 운동
춥다고 이불 속에만 머물면 안 된다. 산책 등을 포함한 외부 활동은 혈액순환을 돕고 뇌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다. 그뿐 아니라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증가한다. 실제로 영국에서 가벼운 우울증을 앓는 성인 94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주 3회 60분간 유산소 운동을 한 그룹의 우울증 척도가 낮아진 정도는 약물 및 상담 치료를 진행한 그룹과 비슷했다.

6 하루 한 가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
행복한 일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기분을 바꿔주는 작은 일이면 무엇이든 좋다. 좋아하는 디저트 먹기, 친구와 수다 떨기, 영화를 보거나 일기 쓰기 같은 일이면 충분하다. 의외로 우울감과 싸울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7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기
‘내가 힘든 상태구나’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또, 전문가 상담을 통해 현재 상태를 진단받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다. 상담이나 치료는 내면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솔직하게 대화하거나 하루 10분이라도 산책하는 등의 작은 변화를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8 도움이 필요할 땐 도움을 받자
다른 사람이나 자신에게 우울증이나 불안이 의심된다면, 좋은 치료법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헷갈리는 우울감과 우울증,
어떻게 구분할까?

우리는 흔히 ‘기분이 좋다, 기분이 나쁘다’고 말한다. 그 기분에는 즐겁고 유쾌한 기분, 우울하고 슬픈 기분, 짜증스럽거나 불쾌한 기분 등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우울한 기분이 들거나 우울감을 자주 느낀다면 우울증일까? 꼭 그렇지 않다. 우울증은 단순히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과는 다르다.

일반적인 우울감엔 촉발 원인으로 의심할만한 사건이나 환경이 있기 마련이다. 열심히 준비한 시험을 망치거나, 입사 최종면접에서 탈락했거나, 새로 이사온 집의 주변 소음이 너무 심한 경우 등이다. 반면, 우울증에서의 우울감은 뚜렷한 촉발 원인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원인을 특정하기 힘든 우울감이 지속된다면 우울증 증세가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우울감은 통상 하루에서 며칠 안에 사라지거나 누그러진다. 우울한 날에도 기쁜 일이 생기면 잠시 호전되기도 한다. 반면 우울증의 경우 하루 중 대부분 지속되는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 우울감과 병적인 우울 증세를 구분할 때 ‘지속 기간’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다만 일상에서 우울증인지 아닌지 구분하기는 꽤 어려운 편이다. 만약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하다면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 통계 편람에 따른 우울증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하루 중 대부분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2 하루 중 대부분과 일상 대부분의 일에서 흥미나 즐거움이 저하됨

3 체중 감소 또는 증가(1개월 동안 5% 이상 체중 변화), 거의 매일 나타나는 식욕 감소나 증가

4 불면 또는 과다 수면

5 정신운동 초조나 지연

6 피로나 활력의 상실

7 무가치감 또는 부적절한 죄책감

8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

9 반복적인 자살에 대한 생각

위의 항목들 중에서 5개 이상(①, ②번 중에 하나 이상 포함)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이러한 증상이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저해하면 우울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참고도서 _ <마음의 감기, 우울증>, <우울증: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법>

게시일: 2025.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