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ㅣ 문화
알아 두면 쓸데 많은
1900년대 비엔나 미술 속으로
아트 애호가들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전시가 찾아왔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미술관컬렉션이 바로 그것. 우리가 몰랐던 1900년대 비엔나에 불어온 미술 사조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황금의 화가’로 불리는 구스타프 클림트, 젊은 층에게 압도적 사랑을 받는 에곤 실레. 두 사람의 작품을 원화로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특히 실레의 그림은 미디어아트 전시가 전부였고, 제대로 된 원화가 온 적은 없었다. 실레의 대표작인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과 클림트의 ‘수풀 속 여인’ 등 걸작 원화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전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비엔나 분리파’를 창립한 클림트를 비롯해 그의 제자인 실레, 독창적이고 강렬한 화풍을 개척한 리하르트 게흐스틀과 오스카 코코슈카 등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디자인 거장 콜로만 모저, 탁월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였던 요제프 호프만 등의 작품도 한국을 찾는다. 특히 에곤 실레의 작품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젊음의 고독과 욕망을 탁월하게 표현한 실레의 작품과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클림트의 작품을 통해 제대로 눈 호강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리하르트 게르스틀, 트라운 호수와 ‘잠자는 그리스 여인’ 산 풍경, 1907년 / ©Leopold Museum, Vienna
이번 전시는 예술의 자유를 갈구했던 클림트를 집중 조명하는 동시에, 1918년 젊은 나이에 사망한 에곤 실레의 자아 정체성과 고독, 욕망 등 인간의 감정을 담아낸 회화와 드로잉 작품들로 채워진 섹션을 별도로 구성했다. 세기말 또는 세기전환기로 불리는 시기의 비엔나는 아름다움을 갈구하고 풍요로움을 즐기던 ‘벨 에포크’와 비관·퇴폐·자극을 추구하는 ‘데카당스’가 공존하던 시기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격변의 소용돌이, 그 중심에 있던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대거 만날 수 있다. 레오폴트 미술관 컬렉션이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되는 전시이자 회화, 드로잉, 포스터, 공예품, 조각 등 폭넓은 분야의 작품이 무려 191점이나 전시된다. 전시는 비엔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예술가 6명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예술의 지평을 일상으로 넓힌 콜로만 모저와 요제프 호프만, 표현주의의 개척자 리하르트 게르스틀과 오스카 코코슈카, 그리고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까지, 변화의 시대를 이끈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클림트의 작품 ‘베토벤 프리즈’가 영상과 음악으로 재구성된다. 마치 19세기 비엔나로 회귀한 듯한 체험을 통해 비엔나 분리파 예술가들이 지향했던 총체예술을 경험해 보자.
구스타프 클림트, 큰 포플러나무 Ⅱ(다가오는 폭풍), 1902/1903년/ ©Leopold Museum, Vienna
‘비엔나 1900’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그의 대표작인 ‘키스’로 기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비엔나 1900’이라는 시대적 키워드 안에서 클림트의 위상은 사뭇 다르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 속에서 급변하기 시작한 세기 전환기, 즉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는 예술을 보는 관점이 변화했다. 당시 예술가들은 신, 종교 또는 역사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던 예술을 벗어나 예술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제국의 수도 비엔나를 유럽을 대표하는 대도시이자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황제의 대규모 정책이 시행됐다. 비엔나를 둘러싸고 있던 성벽을 허물고 그 자리를 반지 모양의 도로, ‘링슈트라세(Ringstraße)’로 만들면서, 그 도로를 따라 많은 건물이 신축됐다. 비엔나의 정치·행정·문화·예술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대거 지어지면서, 각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두 비엔나로 집결했다. ‘비엔나 1900’이라는 키워드는 변화하는 시대, 새로운 예술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모인 예술가들의 무대와 같았다. 그리고 그 예술가들의 구심점이 된 예술가가 바로 구스타프 클림트다. 보수적인 기득권과 맞서는 젊은 예술가들의 중심이 된 클림트는 동료들과 1897년 4월에는 구스타프 클림트를 초대 회장으로 하는 ‘비엔나 분리파’를 결성했다. 이들은 과거의 관습과 예술 양식으로부터 ‘분리’를 선언하고 여러 예술의 장르를 합쳐 하나의 완성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총체예술’의 개념을 기본으로 예술 세계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레오폴트 미술관 전경 / ©Leopold Museum, Vienna / Ouriel Morgensztern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위치한 레오폴트 미술관은 세계 최대의 에곤 실레 컬렉션을 비롯해 구스타프 클림트, 오스카 코코슈카 등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19세기 후반 모더니즘에 초점을 맞춘 ‘비엔나 1900’ 컬렉션을 비롯해 비더마이어(Biedermeier), 표현주의(Expressionism) 등 19~20세기 전후 오스트리아 예술의 주요 컬렉션을 소유한 미술관이다. 미술관의 관장이자 아트 컬렉터인 루돌프 레오폴트와 그의 아내 엘리자베트 레오폴트는 50여 년간 예술을 향한 열정으로 당시에는 평가절하되던 에곤 실레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을 수집했다. ‘퇴폐적이고 음란하다’는 동시대의 평가를 받으면서도 굴하지 않은 레오폴트 부부의 안목은 현재 레오폴트 미술관을 세계 최대의 에곤 실레 컬렉션을 보유한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이 외에도 레오폴트 미술관은 오스카 코코슈카, 리하르트 게르스틀 등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주요 작가들의 회화, 요제프 호프만과 콜로만 모저로 대표되는 유겐트슈틸(Jugendstil)과 비엔나 디자인 공방(Wiener Werkstätte) 시대의 가구와 공예품 컬렉션을 자랑한다.
미술사를 다시 쓴 위대한 수집가, 루돌프 레오폴트 / ©leopoldmuseum
레오폴트 미술관은 루돌프 레오폴트라는 컬렉터로부터 시작했다. 평생 비엔나에서 살았던 그가 미술품 수집의 길로 빠져든 것은 비엔나미술사박물관 덕분이다. 스물 두 살에 이 미술관에 발을 디딘 레오폴트는 고전 미술 거장들의 역작에 마음을 빼앗겼고, 1953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안과 의사가 되어 본격적인 미술품 수집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처음부터 거장의 작품을 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그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비엔나에서 활동한 화가들의 작품에 눈을 돌렸다. 그러다 1950년 여름, 운명과도 같은 에곤 실레의 회화를 마주한다. 1950년대만 해도 에곤 실레는 세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인 것은 물론 철 지난 화풍의 그림을 남긴 그저 그런 화가였다. 하지만 레오폴트는 오로지 자신만의 혜안으로 실레를 발굴해냈고, 이때부터 50여 년간, 실레의 작품을 찾아 헤맸다. 그 여정에는 레오폴트의 아내이자 역시 안과 의사였던 엘리자베트가 함께 했다. 70대에 이르면서 자신의 컬렉션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미술관 설립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비영리 재단인 레오폴트 재단을 만들어 마침내 2001년 레오폴트 미술관을 개관한다. 미술관 곳곳에는 레오폴트 부부의 숨결이 여전히 남아 있다. 모던한 모습임에도 고풍스러운 도시 비엔나와 멋지게 어울리는 레오폴트 미술관은 그 자체로 레오폴트의 작품이라 평가받는다.
구스타프 클림트, 1898년경, 캔버스에 유화 / ©Klimt Foundation, Vienna
클림트는 1890년대 후반 여성의 초상화를 여러 점 그리며 비엔나 중상류층이 선호하는 초상화가로 자리 잡았다. 세련된 모자를 쓰고 화면 밖 관람자를 응시하는 여인의 상기된 얼굴이 작품에 생기를 더한다. <수풀 속 여인>은 인상주의 화풍의 영향이 확연한 작품이다.
콜로만 모저, 1913년, 캔버스에 유화 / ©Leopold Museum, Vienna
콜로만 모저가 오스트리아의 여름 휴양지로 유명했던 제메링(Semmering)에 위치한 마우트너 마르크호프(Mautner-Markhof) 가족의 별장에 머무를 당시 그린 그림. 모저는 이 작품에서 풍경을 충실하게 묘사하는 대신 샛노란 하늘과 그 아래 비슷한 색으로 칠한 산맥 사이를 가느다란 푸른색 윤곽선만으로 구분했다. 간결하고 단순한 구성과 강렬한 색대비는 일본 목판화의 영향이다.
에곤 실레, 1912년, 패널에 유화물감과 불투명한 물감 / ©Leopold Museum, Vienna
오늘 날 가장 잘 알려진 실레의 자화상 중 하나인 이 그림은 작품 활동에 매진하던 전성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깨를 비틀고 머리를 왼쪽으로 돌린 채 관람자를 살짝 내려다보는, 자신감에 찬 모습이다. 특유의 얇고 세밀한 선과 차분한 붓질은 열매가 달린 꽈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조화를 이룬다.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이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미술관과 협력해 19세기 말 비엔나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세기말 새로운 시대, 예술의 자유를 찾고자 구스타프 클림프가 창립한 비엔나 분리파의 역할과 동시대 예술가들의 활동을 레오폴트 미술관소장품 총 191점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1(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
전시 기간: 2025년 3월 3일까지
문의: 1688-0361
게시일: 2025.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