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ㅣ 투자
[전문가 칼럼]
저쿠폰채와 금융투자소득세 2부: 금융투자소득세
다행스럽게도, 2024년 막바지에 이르러 금투세 폐지로 가닥이 잡혔다. 소득세법 제4조인 ‘금융투자소득’(시행일 2025.1.1)이란 단어가 최종적으로 나와야 하겠지만 야당대표가 동의한 만큼 국회에서도 순조롭게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한다(참고로 지난 2022년에는 금투세 2년 유예 합의가 12월 20일에 타결되었다).
금투세란, 간단하게 말해, 싸게 사서 비싸게 판 금융상품 양도차익에 대해 20~25%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새로운 유형의 ‘소득세’다. 이제 한국에서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되면서 완전히 사라지고, 현행 증권거래세 체제를 계속 유지하게 될 것이다.
잠시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이미 금융투자자산에 과세를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중화권에서는 자본 이득에 대한 양도소득세 대신 증권거래세만 내고 있다. 한국도 중화권처럼 증권거래세만 내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자산가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돈 벌 때는 소득세 내고, 벌어서 사니깐 보유세 내고, 죽어서는 상증세를 낸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세금들이 전부 이중구조라는 것이다. 소득세는 원천징수 당한 후 이배사근연기*를 합산한 종합소득세에서 총 합산하여 세금을 한 번 더 내고, 보유세는 재산세에 더불어 종합부동산세, 상증세는 상속세와 증여세(일부 공제 가능) 등 대부분이 이중으로 중첩됨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상속세 최고세율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넘버2에 위치하고 있다.
* 종합소득세를 구성하는 소득들의 앞 글자를 딴 단어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 종합소득세를 구성하는 소득들의 앞 글자를 딴 단어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참고로 위 세율은 명목세율(최고구간)이며, 한국의 경우 30억 구간부터 50%의 세율을 적용 받는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인적공제 및 상속공제 등을 활용하면 실효세율은 더 낮아질 수는 있으나, 100억원 구간 이상의 자산가들은 사실상 명목세율을 적용받는다고 할 수 있다. 즉, 자산가들은 살아생전과 생후에도 벌어들인 모든 소득과 자산에 대해 국가와 속칭 ‘반띵’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에서 근로소득이 있어도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의 비중은 37.2%였다고 한다. 즉, 근로자 10명중 약 4명이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은 셈이다. 사실상 높은 세율의 자산가들이 내는 세금으로 대한민국의 일부 제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직시하여 25년만에 상속세 완화에 나섰다. 1999년 이후 동결됐던 최고세율 50%를 40%로 인하하고 자녀 공제도 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상향하는 것이 골자다. 물론 합의를 통한 시행까지는 금투세 못지않게 험난해 보인다.
우리는 앞서 저쿠폰채에 대해 알아보았다. 필자가 1부를 기고할 당시는 금투세로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질 때였고, 세금 포비아에 시달리고 있는 대한민국 여건상, 금투세 운명은 유예 또는 폐지로, 즉, 시행은 어려울 거라 예상했다(12월 말에 타결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합의가 된 것은 좀 의외였다).
저쿠폰채 구조를 잠깐 복기해보면, 1%의 쿠폰으로 태어난 저쿠폰채를 3%의 매매수익률로 싸게 사서 만기시점에 파(Par)*로 상환 받아(물론 만기전에도 차익실현이 가능할 수도 있다) 대략 2% 정도의 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를 받는 구조다(보유기간 1년을 가정).
* 파(PAR) : 골프 용어로 전문 골퍼들이 개별 홀을 완주하거나 골프장의 홀을 완주하는 데 필요한 타수를 의미함. "채권이 만기 때 파(PAR)로 상환된다"는 것은 채권을 비싸게 샀든 싸게 샀든 만기 시점에는 최초 액면가에 수렴하여 상환된다는 의미
금투세가 사라진 시점에서 기준금리 하락이 더디어지고 있는 지금, 저쿠폰채는 2024년을 넘어 2025년 최고의 절세상품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본격적인 금리하락 전에 저쿠폰채를 선점한다면 그 절세 폭은 더욱 커질 것이다.
※ 2024년 11월 현재 AAA급 저쿠폰채를 가입할 경우, 종합과세 최고세율 49.5% 기준, 정기예금 금리 세전 연 4.2~4.5% 수준에 가입한 것과 비슷한 세후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이를 시장에선 예금환산금리라고 한다) 현재 정기예금은 3% 초반 수준이므로, AAA급 저쿠폰채와 정기예금 스프레드(차이)가 1%(세전, 연)에 달하는 것이다. 이것이 종합과세 과표구간이 높은 자산가 일수록 저쿠폰채를 가입해야 하는 이유이다.
원고 작성 기준일: 2024.11.05
글 _ 하나은행 신탁부 김남언 차장(C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