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설계 ㅣ 은퇴준비
은퇴 설계, 얼마면 돼?
얼마면 할 수 있어?
지난해 노후가 가까워지거나 이미 노년기에 접어든 40대~70대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매우 긍정’이라는 응답은 2%뿐이었고 ‘다소 긍정’까지 더한다 하더라도 긍정적인 응답은 10%대에 그쳤다. 노후 삶의 만족을 결정하는 재정, 건강, 여가 등 다양한 변수 중 가장 우려가 큰 것은 단연 ‘경제적 준비’였다.
이번에는 기혼자를 대상으로 ‘향후 귀하께서 확보할 수 있는 노후자금은 얼마나 충분합니까?’ 라고 바꿔 질문했다. 금융자산이 1천만 원이 안되면 충분하다는 응답은 10%를 밑돌았고 1억 원이 넘더라도 해당 응답은 10%대를 넘지 못해 경험해보지 못한 노후에 대해서는 누구든 쉽게 자유로워질 수 없음을 방증했다.
자료: 하나금융연구소, 대한민국금융소비자보고서2025(발간 예정)
기혼 가구에서는 은퇴 시점까지 부동산 5~6억원, 금융자산 2억원 등을 합쳐 평균 9억원의 자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정도 자산이면 부자까지는 아니어도 먹고 살 걱정은 없을 것 같지만 앞서 언급했듯 이들의 대부분은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고 여긴다.
특히 노후자금으로 약 6억 원을 예상하는 경우 노후 재정에 대한 불안은 평균보다 높았다. 이들은 1억 원이 조금 넘는 금융자산을 보유했다. 반대로 노후 재정 준비가 충분한 경우, 그들이 예상한 노후자금은 약 19억 원이었다.
즉, 은퇴 시점에 총자산이 10억 원에 가깝다면 노후 준비가 아주 부족하진 않지만 안심할 수 없는 수준. 그보다 두 배 많은 20억원에 가깝다면 비로소 노후 재정을 염려하지 않는 수준으로 인식된다는 의미이다.
자료: 하나금융연구소, 대한민국금융소비자보고서2025(발간 예정)
사실 은퇴 준비에 있어 자산의 확보는 우선되며, 이를 위한 체계적인 저축/투자 활동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40대~70대 일반인의 40%는 ‘구체적 용도나 목적 없이’ 돈을 모으고 있었다.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모아도 그 용도가 분명치 않을 경우 체계적으로 재정을 관리하기 어렵고, 쉽게 쓰일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노후를 포함해 예상되는 재정 이슈를 세분화하고 각 목표 별 자금 규모와 기간, 방법 등을 고려해 좀 더 선명하고 효율적으로 저축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노후대비를 위해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개인연금을 통한 고정 소득원을 확보하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공적연금, 퇴직연금에 더해 개인연금의 3중구조로 연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소리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실제 은퇴 후를 준비할 때 10명 중 7명은 ‘매월 고정 소득원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매월 필요한 생활비는 최소 234만원에서 여유롭게는 400만원까지를 예상한다. 즉, 노후 생활비 충당을 위해서는 공적연금, 퇴직연금 외에 개인연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연금이 노후 생활비 확보뿐 아니라 투자 수익과 절세가 가능한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볼 때, 가능한 개인연금을 빨리 설계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은 노후를 먼저 맞이한 선배들이 그토록 바라던 은퇴 후 고정 소득 400만 원을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임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노후자금이 충분하다고 인식한 사람들의 경우, 자산규모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유동화 할 수 있는 금융자산의 비율이 높다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에는 주택연금을 더한 연금의 4중 구조를 제안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총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높아 노후에는 이를 유동화 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반영해 주택연금 가입 요건과 특징이 개선되고 있으므로 노후 준비의 대안으로 주택연금도 고려해볼만 하다.
마지막으로 노후 경제적 준비가 충분하다고 인식하는 경우, 총자산의 약 17%를 상속자산으로 채우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평균적으로도 예상 노후자금의 14%인 1.3억원은 상속을 통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곧, 상속이 꼭 특수계층의 이슈가 아님을 의미한다.
자료: 하나금융연구소, 중산층의 상속 경험과 계획(24.07)
얼마 전 연구소에서 40~70대 중산층에게 상속·증여 관련 인식을 질문했을 때, 대다수는 상속·증여 준비의 필요성을 인식했고,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절세’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자산을 이전 받을 수증자나 이전해줄 증여자 모두에게 절세를 고려한 자산 이전 계획은 노후 준비의 중요한 이벤트임을 직시하고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금융회사에서는 유산정리 서비스 등 자산 이전과 관련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노후준비, 은퇴설계를 위한 금융회사의 제안을 그저 호객 행위 정도로 여기지 말고, 오롯이 나의 노후 준비를 위해 주의 깊게 살펴보고 과감하게 시작해볼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은퇴는 생각보다 정말 눈 깜짝할 새 다가온다.
글 _ 하나금융연구소 소비자마케팅분석팀 윤선영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