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이 아닌
‘현금흐름’을 설계하라
2026.06.26
금요일 오후 늦게 라운지를 찾은 50대 초반의 부부 손님이 계셨습니다. 남편분은 규모가 큰 병원 법인을 운영 중이셨고, 사모님은 상가 임대소득이 발생 중인, 소위 자산가 부부셨습니다. 겉으로 보면 은퇴 걱정 없이
사셔도 될 것 같은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원장님은 상담 내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이야 괜찮은데, 나이 들어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지금처럼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자산은 충분한데, 왜 불안하셨을까요? 그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자산이 '평생 현금흐름'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연금은 부족한 현실
두 분의 현재 자산 구조를 분석해 보니 규모 자체는 비슷한 연령대에 비해 오히려 많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소득의 상당 부분이 ‘경제 활동 기반 소득’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병원 운영 수입은 원장님의 건강 상태와 진료 지속 여부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고, 임대소득 역시 공실 위험, 상권 변화, 유지보수 비용 증가 등 다양한 변수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두 분 모두 현재 생활
수준이 높은 편이라, 은퇴 이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생활비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만으로는 현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웠고, 원장님은 법인으로 병원을 운영하셨지만 본인 앞으로 적립되는 퇴직금이 따로 없었습니다. 세액공제 목적의 IRP 외에는 추가 개인연금 등
안정적인 연금 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사모님의 경우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이 원장님보다 적었고,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긴 점을 고려하면 유족연금을 감안하더라도 노후 소득 측면에서
걱정스러운 부분이 남아 있었습니다.
결국 핵심은 단순히 ‘자산이 많은 것’이 아니라, ‘은퇴 이후에도 매달 생활비가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구조가 갖춰져
있는가’였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가장 강조드렸던 부분은 바로 장수 리스크였습니다. 과거에는 은퇴 이후 10~15년 정도만 준비하면 됐지만, 이제는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이후의 삶이 30년 이상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의료 기술의 발달과 건강관리 수준 향상으로 90세, 100세 장수를 기대하는 시대가 되면서, 은퇴 설계의 중심도 ‘자산의 축적’에서 ‘평생 현금흐름 관리’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전문직 종사자나 임대소득이 있는 분들은 현재 소득 수준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연금 준비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은퇴 이후에는 건강 문제, 소득 감소, 인플레이션, 부동산 환경 변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종신연금으로 보완
상담 결과 원장님 부부께는 기존 국민연금과 임대소득 외에 추가적인 평생 현금흐름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종신형 연금 상품을 활용한 평생 소득 설계를 제안드렸습니다. 일정 시점 이후 연금액 변동 없이 종신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오래 살아도 생활비가 끊기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을 따라가기 어려운 공시이율 상품보다는, 확정이율을 보증하면서도 펀드 운용을 통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변액연금보험을 권유드렸습니다. 두 분 중 한 분이 먼저 사망하시더라도 연금이
끊기지 않도록 각각 별도 가입을 권유드렸으며, 매월 소득이 발생하는 원장님은 은퇴 전까지 꾸준히 납입하는 적립식으로, 목돈을 저축은행 정기예금으로 분산 운용 중이시던 사모님은 거치식으로 설계해
드렸습니다.
또한 금융 자산 중 일부를 연금화하여 평생 현금흐름 기반을 강화하고, 여유 자금은 지수에 연동하는 투자 상품으로 초과 수익도 기대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드렸습니다.
‘어떻게 쓸 것인가’
“예전에는 자산을 얼마나 모을 것인가에만 집중했는데, 이제는 그 자산을 어떻게 활용해 평생 월급으로 사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막연하게 걱정만 하다가, 이제라도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보완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상담을 마치며 원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이 지금 은퇴 설계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자산을 얼마나 모았는가보다, 그 자산이 은퇴 이후에도 멈추지 않는 ‘평생 소득’으로 이어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지금 나의 자산 구조가 장수의 위험에도 흔들리지 않는 현금흐름으로 설계되어 있는지, 지금 한 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글. 김지은 팀장
하나은행 하나더넥스트 서초동 라운지
은퇴설계전문가
편집. 조고은 수석연구원
하나금융연구소 하나더넥스트연구센터
추천 콘텐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