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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문화·여가

‘알고리즘’ 타고 온
제철의 맛

2026.04.07

최근 미식의 기준이 바뀌고 있습니다. 고가의 메뉴나 화려한 비주얼보다 ‘지금 이 순간에만 먹을 수 있는 것’에 열광하는 흐름인데요. 봄볕이 완연한 4월, SNS 알고리즘이 전해 준 ‘제철의 맛’들을 소개합니다.

알고리즘이 바꾼 식탁 풍경
봄동비빔밥 사진

2008년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강호동이 양푼째 비빔밥을 비워 내며 “고기보다 더 맛있다”라고 외치던 장면이 최근 다시 화제가 됐습니다. 고기보다 그를 감동시킨 건, 시골 할머니가 쓱쓱 무쳐 낸 봄동겉절이로 만든 비빔밥 한 그릇이었는데요. 대단했던 ‘두쫀쿠(두바이 쫀득쿠키)’도 잠재울 만큼 SNS를 달군 '봄동비빔밥' 열풍은 제철 음식 트렌드를 잘 보여 줍니다.

마트에는 사계절 내내 같은 식재료가 진열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제철의 가치에 더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의 리듬과 보폭을 맞추고 싶은 심리가 SNS를 타고 빠르게 퍼져 나간 결과입니다. 제철 음식은 맛과 영양을 넘어 계절을 온전히 누린다는 상징성을 담고 있습니다. 영양이 가장 풍부하고 맛이 절정에 달하는 봄, 꼭 먹어 줘야 하는 ‘제철의 맛’들이 있습니다.

봄 바다의 별미, 지금이 딱 제철
주꾸미
쭈꾸미

봄 제철 해산물을 꼽으라면 단연 주꾸미입니다. 3월에서 5월 사이, 알이 꽉 찬 주꾸미는 맛과 영양 모두 절정에 달합니다. 산란을 앞두고 연안으로 올라오는 이 시기의 주꾸미는 포획량도 많고 살도 통통하게 올라 있습니다. 타우린과 DHA, 아미노산이 풍부해 피로 회복과 자양강장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특히 타우린 함량은 낙지나 꼴뚜기에 비해 월등히 높아 봄철 피로가 쌓였을 때 더없이 좋은 보양 식재료입니다. 주꾸미볶음이 가장 대중적이지만, 봄에는 삶아서 초장에 찍어 먹는 주꾸미 숙회도 별미입니다.

쭈꾸미 샐러드

데친 주꾸미에 채소를 곁들여 드레싱을 뿌린 주꾸미 샐러드도 봄 식탁에 잘 어울리는 색다른 맛을 냅니다. 신선한 주꾸미를 고를 때는 몸통이 탱탱하고 다리의 빨판이 뚜렷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봄의 향기를 담은 해독 채소
미나리
미나리

<동의보감>에서는 미나리를 두고 ‘피를 맑게 하고 열을 내리며 독을 풀어 준다’고 기록했습니다. 봄철 황사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해독 작용이 탁월한 미나리가 더욱 반가운 이유입니다. 4월이 수확의 절정으로, 이 시기의 미나리는 줄기가 연하고 향이 가장 진합니다. 여름으로 넘어가면 줄기가 질겨지고 향도 옅어지니, 지금 아니면 한 해를 기다려야 합니다. 미나리는 크게 논에서 자란 물미나리와 자연에서 자란 돌미나리로 나뉘는데, 물미나리는 줄기가 연하고 수분이 많아 무침이나 전에 잘 어울리고, 돌미나리는 향이 강해 육류 요리와 함께 먹기 좋습니다.

미나리 삼겹살

특히 삼겹살을 구울 때 미나리를 곁들이면 느끼함을 잡아 주면서 봄의 향기가 한 접시에 담깁니다. 봄 미나리로 담근 물김치도 별미인데요. 향긋한 미나리 향이 국물에 은은하게 배어 텁텁한 입맛을 개운하게 씻어 줍니다.

향긋함으로 채우는 봄 밥상
봄나물
봄나물

봄이 오면 봄나물이 쏟아져 나옵니다. 냉이, 달래, 쑥, 두릅까지 저마다 다른 향과 맛을 품고 있지만, 자연의 때에 맞춰 먹을 때 맛도 영양도 가장 뛰어납니다. 냉이는 쌉싸름한 향과 풍부한 단백질로 춘곤증 예방에 도움이 되고, 달래는 특유의 매콤한 향으로 겨우내 잠들었던 입맛을 깨워 줍니다. 쑥은 된장국이나 쑥떡으로 먹기에 좋고, 두릅은 데쳐서 우삼겹에 돌돌 말아 구워 내면 고급 한정식 못지않은 요리가 완성됩니다. 달래는 달래간장을 만들어 비빔국수에 활용해도 색다른 봄의 맛을 즐길 수 있고요. 봄나물은 대부분 비타민 C와 철분, 칼슘이 풍부해 환절기 면역력 관리에도 효과적입니다.

봄이 빚어낸 감칠맛
바지락
바지락

1년 내내 식탁에 오르는 바지락이지만, 봄 제철에 맛보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산란 직전인 3월에서 5월 사이, 바지락은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르고 단맛까지 느껴질 만큼 감칠맛이 깊어집니다. 단백질과 철분, 비타민 B12가 풍부해 빈혈 예방과 간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어, 봄철 건강 식재료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바지락으로 만드는 봉골레 파스타

칼국수나 된장찌개에 넣어 진한 국물을 우려내는 것이 가장 대중적인 활용법이지만, 제철 바지락으로 만드는 봉골레 파스타도 추천할 만합니다. 올리브오일과 마늘, 화이트와인이 더해지면 바지락의 깊은 감칠맛이 그대로 면에 스며들어 집에서도 레스토랑 못지않은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단, 여름으로 접어들면 산란기에 들어 맛이 떨어지고 식중독 위험도 높아지므로 4월 안에 충분히 즐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제철 음식은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계절을 온전히 누리는 일입니다. 지금 이 시기에만 만날 수 있는 재료 하나가 식탁을 풍요롭게 하고, 몸을 건강하게 채워 주니까요. 자연이 가장 좋은 것을 내어 주는 이 계절, 봄이 건네는 맛을 직접 식탁에서 느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 좋은 봄날이 지나기 전에 말이지요.

editor. 이미란(프리랜서 기자)

photo. 게티이미지뱅크, AI이미지

※ 본 콘텐츠는 한경매거진앤북에서 제공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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