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건너 뛴
손주에 대한 사랑,
설계를 만나야 완성됩니다
2026.04.01
사랑은 때로 세대를 건너뛰어 흐르기도 합니다. 많은 조부모님들이 자녀보다 손자녀의 미래를 더 걱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속에 관한 법의 구조는 이러한 마음과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데요. 우리 민법상 상속은 배우자와 자녀가 우선이며, 자녀가 생존해 있는 경우 손자녀는 상속인이 되지 못합니다. 이처럼 사랑의 방향과 법의 구조가 달라지는 순간, 상속을 설계해야 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손자녀는 상속인이 아니다
최근 상담실을 찾은 김두리 어르신은 하나뿐인 손자에 대한 애정이 유난히 깊었습니다. 두 자녀는 이미 경제적으로 자립해 있었기 때문에 손자를 좀 더 챙겨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손자가 대학교 입학할 때, 등록금을
상속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상속인이 아닌 손자에게 재산이 바로 전달되기를 바랐지만, 법은 정해진 상속 순서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었죠.
민법상 상속은 배우자와 자녀가 1순위 상속인입니다. 자녀가 생존해 있는 한 손자녀는 상속인이 될 수 없습니다. 조부모가 아무리 손자녀를 사랑하더라도 별도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재산은 원칙적으로 자녀에게
귀속됩니다. 사랑의 방향과 법의 구조가 일치하지 않는 순간, 비로소 ‘설계’의 필요성이 생깁니다.
상속인이 아닌 손자에게 재산을 남기려면 ‘유언상속’ 방식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인정하는 ‘유언상속’ 방식은 유언장 방식과 유언대용신탁 방식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언장 방식은 사후에 나의 재산을 누구에게 이전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까지만 가능합니다. 상속이 개시된 이후 재산이 어떻게 관리될 것인지, 어떤 목적에 따라 언제 지급될 것인지까지 구체적으로 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에 계약을 통해 사후 재산의 이전과 관리 방식을 함께 설계하는 구조입니다. 수익자를 상속인이 아닌 자로 지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급 시점과 방법, 사용 목적까지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필요 시 분할 지급이나 조건부 지급 구조도 설계가 가능합니다.
결국 유언대용신탁은 단순히 ‘누구에게 줄 것인가’를 정하는 제도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설계입니다. 일반적인 상속은 재산을 남기는 일이지만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의도까지 남길 수 있습니다.
세대를 건너뛴 사랑일수록 더욱 정교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사랑을 약속으로 만들고, 약속을 구조로 완성하는 일. 그 시작이 바로 유언대용신탁입니다.
글. 김우빈 과장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컨설팅부
편집. 정윤영 연구위원, 조고은 수석연구원
하나금융연구소 하나더넥스트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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