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ㅣ 투자

[전문가 칼럼]
미국 증시는 버블인가

Summary

미국 주식시장이 뜨겁다. 그래서 다소 과장된 두려움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각에서 2000년대 IT 버블 붕괴 당시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하는 듯 보여서, 이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당시와 지금은 주식 가격의 고평가 정도가 많이 다르고, 무엇보다 사이클 관점에서 아예 다른 상황이다. IT 버블 붕괴 당시의 시장은 상승세가 전례없이 길게 연장된 상태였고, 지금은 역사적으로 항상 지나왔던 길을 가는 중이다.

지금은 기업이익 대비 주가의 수준이 2000년 IT 버블 당시와는 많이 다르고
당시에는 ‘돈 못 버는 기업’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많았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기업이 버는 돈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과대평가되어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아래 [그림1]은 S&P500 기업들이 기본적으로 벌어들이는 순이익 대비 주가지수가 몇 배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지금이 싸다고 보긴 어렵지만 IT 버블 때와는 차이가 크다.

그리고 버블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시장 내재적 요인은 ‘돈 못 버는 기업’의 존재에 있다. 돈을 적게 버는 기업이 고평가되는 것과 돈을 아예 못 버는 기업이 돈을 벌고 있는 것처럼 평가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림2]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2000년 3월말 기준으로 NASDAQ 지수의 총 4,000여 개 Tech 기업 중에서 700개(약 17%) 정도의 기업이 3년 연속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과는 아주 차이가 크다.

[그림1]
S&P500 Cyclically Adjusted PER
경기변동에 따른 변동성 요인을 제거하고 기업이 기본적으로 버는 순이익에 비해 주가지수는 몇 배에 거래되고 있는가 image

자료: 투자전략유닛
<기준일: 2024. 3. 15>

[그림2]
만성 적자 기업의 분포
S&P500과 NASDAQ 지수 기업들 중에 3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기업의 비중은 얼마나 되었나 image

자료: 투자전략유닛
<기준일: 2024. 3. 15>

가장 중요한 것은 사이클인데 1999~2000년의 시장은 아주 늙은 사이클이었고, 지금은 그렇지 않다

위와 같이 2000년 IT 버블 당시와 시장 내부 구조적인 차이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어떤 장세가 계속 진행될 것이냐 곧 끝날 것이냐를 판단할 때 ‘얼마나 비싼가’의 문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 시장 사이클이 어디에 있는가’이다.

[그림3]과 [그림4]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2000년 3월 시장이 고점을 찍을 당시 미국 증시증시는 지난 5년 동안 큰 조정없이 계속 올랐다. S&P500 지수의 연도별 수익률은 1995년 34%, 1996년 20%, 1997년 31%, 1998년 27%, 1999년 20%였다. 역사적 고점을 벗겨낸 뒤 수 년 동안 상승장이 아주아주 길게 지속되었던 상태였던 것이다.

[그림3]
1995년부터 2000년까지
S&P500 지수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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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투자전략유닛
<기준일: 2024. 3. 15>

[그림4]
1995년부터 2000년까지
S&P500 지수의 고점 대비 하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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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투자전략유닛
<기준일: 2024. 3. 15>

반면 아래 [그림5]와 [그림6]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최근 5년 동안 시장은 굵직한 하락장을 두 번 경험했다. 2020년 코로나 충격과 2022년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인한 것이었다. 하락장이 마무리되고 상승장이 시작된지 1년 4개월 째이고, 역사적 고점을 지나가고 있는 과정이다. 모든 것이 판단이고 전망이긴 하지만, 2000년 IT 버블 붕괴 직전은 아주아주 길게 연장된 상승장의 ‘후후후후반’ 사이클이었고, 지금은 역사적으로 항상 지나왔던 길을 가는 중이다.

[그림5]
2019년부터 현재까지
S&P500 지수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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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투자전략유닛
<기준일: 2024. 3. 15>

[그림6]
2019년부터 현재까지
S&P500 지수의 고점 대비 하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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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투자전략유닛
<기준일: 2024. 3. 15>

글 _ 하나은행 투자전략유닛 문동열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