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ㅣ 미식
미국을 휩쓴 한국 음식
미국에서 한식이 열풍에 가까울 정도의 인기를 얻고 있다. 채식주의자, 비건식 등 다양한 옵션을 선보이며 건강한 음식이라는 브랜딩에 성공한 한식 열풍에 대해 알아본다.

미국 살리나의 한식당 ‘Seoul USA Korean Restaurant’. 미국에서 자리잡은 한식당 중 하나다.
최근 미국 소비자들에게 한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미국 언론사 NBC, CNN, New York Times 등은 미국 내 한식장 점포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도하고 있다. 미국 내 한식의 인기가 높아진 데에는 K-pop, K-뷰티 제품 등의 인기가 한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 식료품점이 점차 늘어나고, 일반 식료품점에서도 다양한 한국 관련 식재료를 취급하고 있어 현지인들이 한식을 접하기 훨씬 쉬워졌다. 한식이 ‘아시안 레스토랑’의 일부가 아닌 하나의 카테고리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 최대 음식점 리뷰 사이트 ‘Yelp’는 미국 내 한식의 성장에 특히 관심이 많다. Yelp에 따르면, 미국 내 아시아 음식에 대한 소비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 내 라면 수요는
2012년 이후 전국적으로 193% 늘어나는 등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3>는 미국 서부의 몬터레이에서 한인 마트를 운영하는 출연진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마트와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데 식당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역시 ‘대게라면’. 한국 라면에 대게와 바지락으로 시원한 맛을 더한 라면 맛에 미국인들도 극찬했다.


미국 내에서 냉동김밥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트레이더 조의 김밥. 트레이더 조는 김밥 외에도 다양한
PB 상품으로 한식을 알리고 있다.
<어쩌다 사장3>가 방영되고 국내 시청자들이 가장 놀란 점은 미국 서부 작은 도시의 한인 마트에서 하루에 김밥이 400줄 이상 판매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아는 김밥에 비해 조금
가늘지만 내용물은 충실하고, 썰지 않고 통째로 먹는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현재 미국 각지에선 한국 김밥을 구하느라 난리다. 한국산 냉동 김밥을 직수입해 파는 식품점 체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에서는 전국 42개 주 560여 개 지점마다 물량이 한 달도 채 안돼 동났다. 김밥 수백 만 줄 분량의 250t 규모 초도 물량이 완판된 것. 경북 구미의 중소 식품업체 ‘올곧’이
만들어 납품한 이 냉동 김밥의 제품명은 김밥의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딴 ‘KIMBAP’이다.
NBC와 CBS 같은 미국 방송사들도 김밥 열풍을 보도했다. 틱톡·인스타그램 등에선 한국산 냉동 김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어보고 찬사를 쏟아내는 영상이 연일 올라온다. 달걀물 입혀 구워 먹기,
떡볶이나 컵라면·불닭볶음면과 함께 먹기 등 다양한 방법을 추천하는 영상도 있다.
냉동 김밥으로 김밥에 입문한 미국인들은 한인 슈퍼마켓 체인 H-마트나 한국 분식집 등에서 현지인들이 만들어 파는 즉석 김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트레이더 조에서 3.99달러(5,300원)에 파는
냉동 채소김밥과 달리, 신선 김밥은 속재료에 따라 7~15달러(9,300~2만원) 선이다. 그럼에도 내놓는 순간 솔드아웃이 될 정도로 인기다.

샌프란시스코의 한식당 ‘반상’의 물회면. 한국식 물회를 재해석했다.
구글이 12월 12일 발표한 ‘올해의 검색어’에서 비빔밥이 레시피 부문 1위에 올랐다. 세계인들이 비빔밥으로 대표되는 한국 음식을 알고 싶어 한다는 증거다. 그런가하면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요리 23선’에 샌프란시스코의 퓨전 한식 레스토랑이 내놓은 메뉴가 뽑혀 눈길을 끈다. 해당 메뉴는 샌프란시스코 한식 레스토랑 ‘반상’의 물회면으로, 면 위에 한국식 물회와
무, 오이 등을 올린 창작 요리다.
NYT는 “각 재료의 특성이 분명해 보이지만, 입안에서 조화를 이룬다”면서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 먹어도 활기를 북돋워 준다”고 평가했다. 레스토랑 반상은 한인 셰프 민승현과 진림이 2022년
샌프란시스코 재팬타운에 문을 열었다. 일본과 프랑스 요리 재료와 기법을 사용한 독창적인 한식을 선보이고 있다. 이뿐 아니라 한식 푸드트럭과 길거리 포장마차도 인기다. 한국식 타코부터 매콤한
고추장 양념의 후라이드 치킨까지, 푸드트럭은 독특하고 흥미로운 식사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백종원의 ‘더본코리아’는 2014년 홍콩반점0410의 LA 진출을 시작으로 현재 미국 전역에서 홍콩반점0410, 한신포차, 새마을 3개 브랜드 약 2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미국 뉴욕과 시카고, 산호세, 휴스턴, 그리고 샌프란시스코까지 진출했다. 늦은 저녁 시간까지 웨이팅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한국식 짜장면과 짬뽕을 맛보고 싶은 현지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특히 한 유튜버를 통해 공개된 미국 유타의 홍콩반점 성공 스토리가 눈길을 끈다. 미국 서부에 위치한 유타는 미국 전체에서 영국계 백인의 비율이 가장 높은 주로, 다른 문화를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도시가 아닌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인이 95% 이상 살고 있는 유타에서 홍콩반점을 차려 가성비 맛집으로, 평점 또한 5점 만점에 4.8점을 유지 중이다.

뉴욕 MZ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떡볶이 뷔페 ‘WITCH TOPOKKI’
트레이더 조는 떡볶이, 관자 파전, 고추장, LA갈비, 한국식 불고기도 PB 상품으로 팔고 있다. 코스트코, 자이언트 같은 대형마트나 뉴욕 곳곳 동네 델리(식료품점)에서도 한국 라면과 조미 김,
만두, 떡볶이가 눈에 띄게 늘었다. CJ나 농심, 대상 같은 한국 식품기업 제품이 주를 이룬다.
올 초 미 NBC 방송은 “지난해 10월 대상 오푸드 포장 떡볶이가 월마트와 아마존에 들어온 뒤 매출이 450% 늘었다”며 미국 내 떡볶이 열풍을 다뤘다. 미국인들은 떡볶이떡 같은 찐득한 식감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것이 바로 떡볶이인 것이다. 2022년 12월 뉴욕에 문을 연 떡볶이 전문 식당은 매일 저녁 시간 가게 앞에 긴 대기줄이 생길 정도로
인기다. 떡과 튀김, 어묵 등을 취향껏 골라 담아 원하는 소스로 직접 조리해 먹는 뷔페 형태의 식당으로, 손님 대부분이 현지인이다.
김치 대중화도 눈여겨 볼만 하다. 미 유기농 고급 마트 홀푸드에서는 김치, 깍두기, 백김치뿐 아니라 김치마요소스까지 판매한다. 김치 맛을 응용한 김치 강낭콩 통조림, 해조류를 활용한 김치
‘씨치(Sea-Chi)’도 등장했다. 한국식 핫도그와 빙과류도 인기다. 미국식 핫도그와 다른 한국식 핫도그는 미국인들에게 색다른 음식 경험을 선물한다. 빙그레 메로나는 미국 시장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국내 빙과업계 최초로 미국 현지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다. 한류 열풍이 이어지면서 외국인들의 한국음식에 대한 사랑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한국음식이 사랑을 받을지
더욱 기대를 모은다.
사진 _ 트레이더조, BANSANG, WITCH TOPOKKI 홈페이지